1인당 공원면적 뉴욕·런던 등 경쟁도시 못미쳐
용도폐기된 발전소·정수장 등 도시공원 활용

'문화비축기지', '서서울호수공원', '마포새빛문화숲'. 서울 서부권의 공원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공간들이다. 독특한 콘텐츠로 여느 공원과는 다른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보니 주말이면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마포구 옛 당인리발전소 터에 조성된 '마포새빛문화숲' 전경. 옛 발전소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마포구청 제공

서울 마포구 옛 당인리발전소 터에 조성된 '마포새빛문화숲' 전경. 옛 발전소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마포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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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공원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원 조성 이전에는 혐오시설, 기피시설로 불렸다.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기존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된 공간이 스토리를 담은 시민 여가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면적 약 605㎢인 서울에서 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7% 수준이다. 25일 서울열린데이커광장 통계에 따르면 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2024년 기준 18.04㎡다. 영국 런던(31㎡)보다는 적지만, 표면적으로는 미국 뉴욕(18㎡), 프랑스 파리(18㎡) 등 주요 경쟁 도시와 비슷하다.

하지만 서울시 외곽의 국립공원 등 자연공원구역을 제외한 도시공원 면적은 12.4㎡에 그친다. 시 외곽을 산이 둘러싼 도시 구조의 특성상 시민이 체감하는 공원은 통계와 괴리가 큰 셈이다.


하지만 체육활동이나 여가를 즐길 만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원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메가시티 서울이 맞닥뜨린 고민이다. 도심 정비사업을 통해 확보한 공개공지 등 자투리 공원은 규모가 작다 보니 그늘 쉼터 정도로 활용도가 제한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기존 혐오시설이나 방치된 유수지, 용도 폐기된 도시계획시설을 활용한 공원 조성이 주목받는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녹지란 먼 곳이 아니라 시민들이 사는 곳에 가깝게 있어야 그 효용이 커진다"며 "시민들의 기피시설을 공원화한다면 도시의 필수 시설을 확보하면서도 시민에게 휴식과 여가의 공간을 제공하는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고 했다.


산업화 유산 발전소·석유비축기지…서울 랜드마크 공원으로 거듭나다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을 나와 한강 쪽으로 10분 남짓 걸으면 토정로와 한강 사이에 조성된 대규모 공원을 마주하게 된다. 2021년 문을 연 '마포 새빛문화숲'이다. 공원 면적은 4만6000㎡. 국제규격 축구장 6.4개 정도를 합쳐놓은 규모다. 공원 한 쪽에 설치된 펜스 너머에는 거대한 굴뚝을 가진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현장은 높이 솟은 굴뚝 탓에 외관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서울화력발전소)'다.

[공원의 미래④]혐오·기피시설이 서울의 랜드마크 공원 됐다 원본보기 아이콘

[공원의 미래④]혐오·기피시설이 서울의 랜드마크 공원 됐다 원본보기 아이콘

일제시대인 1930년 지어진 당인리화력발전소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시 전력 수요의 75%를 담당한 핵심 전력 생산 시설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지속적인 팽창 과정에서 애물단지가 됐다. 이 프로젝트는 당인리발전소 지하화로 폐기된 옛 발전소 4·5호기를 다양한 문화활동 기능을 갖춘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 공사다. 4호기는 구조를 유지한 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 중이며, 5호기 역시 발전설비의 원형을 유지한 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를 마치면 그동안 방치됐던 발전소는 전시·공연·야외행사 등 다양한 문화활동 공간은 물론 식당·카페·아트숍 등을 갖춘 서남권의 대표적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상암동의 '문화비축기지'는 과거 비축유 저장용으로 사용하던 시설을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다. 이곳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를 겪은 정부가 비상시를 대비해 1976~1978년에 걸쳐 마련한 석유비축기지였다. 22년 동안 6907만ℓ의 석유를 보관해온 이곳이 변신의 계기를 맞은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인근에 월드컵경기장이 마련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2000년 11월 폐쇄됐다. 이후 13년 동안 방치됐다가 2013년부터 석유탱크 보존 및 활용 중심의 재생사업을 시작해 2017년 9월 지금의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했다.

서울시가 가동을 중단한 옛 정수장 부지에 친수 공간으로 조성한 양천구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 전경. 서울 서남부권 최대 규모의 공원이다. 양천구청 제공

서울시가 가동을 중단한 옛 정수장 부지에 친수 공간으로 조성한 양천구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 전경. 서울 서남부권 최대 규모의 공원이다. 양천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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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월동의 '서서울호수공원'은 문 닫은 정수장이 대규모 테마공원으로 변신한 사례다. 21만7946㎡ 규모로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공원인 서서울호수공원은 1959년 '김포정수장'으로 문을 연 시설이다. 이후 '신월정수장'으로 이름을 바꿔 서울시민에 하루 12만t의 수돗물을 공급해 오다가 서울시의 정수장 정비계획으로 2003년 가동을 중단했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시는 기존 정수장 구조물을 철거하는 대신 재활용 방식을 택했다. 인근 능골산 산림 복원과 연계해 '물'과 '재생'을 테마로 한 공원으로 조성해 2009년 10월 문을 열었다.


'서울의 물그릇' 유수지, 공원·체육시설로 속속 탈바꿈

유수지(遊水池)는 도시의 물그릇이다. 장마·호우 등으로 늘어난 빗물을 임시로 저장해 유량을 조정한 후 하수관거로 내보내는 침수 방지 시설이다. 현재 서울시내 유수지는 총 52곳, 면적으로는 182만㎡에 달한다. 이 중 완전 복개 유수지가 29곳으로 가장 많다. 부분 복개한 곳은 9곳, 미복개 유수지는 12곳이다. 현재 방재 전용 외 미활용 상태인 곳은 2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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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지 활용에는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 장마철 등 우기에는 물에 잠기는 탓에 기껏해야 간이 운동장 정도로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악취 탓에 기피시설로 인식되기도 했다.


관리 주체인 서울시 자치구들은 홍수 등에 대비한 물그릇의 기존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복합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강 합류부 인근 탄천변의 '잠실유수지공원'이 대표적이다. 잠실유수지의 생태복원 공사를 통해 조성된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수지 내 6700㎡의 습지에는 갈대와 물억새 등 다양한 화초류를 심고 산책로를 조성했다. 공원 옆에는 유소년야구장, 인조잔디축구장 등은 물론 파크골프연습장까지 조성했다.


홍제천과 한강 합류부의 '망원유수지체육공원'은 상대적으로 공원이 부족한 지역 주민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으로 꼽힌다. 2004년에 문을 연 이 공원에는 인라인스케이트 전용 트랙, 국제경기장 규격의 축구장, 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을 조성했으며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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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체육공원 기능을 넘어 유수지 상부를 다양한 복합 용도로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양유수지의 경우 유수지 상부를 복개하고 이곳에 가양레포츠센터를 지어 체육관·도서관 등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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