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북미회담 성공해도 한국의 핵무장 필요없어"[인터뷰]
비핵화 장기과제로…단계적 위협 감축
핵·ICBM 시험금지 공식화 제안
김정은, 美중간선거 이후 만날 수도
韓 핵무장 필요성엔 부정적
미국 대북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당장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비핵화'를 장기 과제로 두면서 단기적인 해결에 주안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만 이 과정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봤다. 한국은 방위력을 강화해 미국에 더 독립적인 동맹국으로 거듭나야 하겠으나, 그것이 반드시 핵무기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19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목표는 언제나 북한의 비핵화"라면서도 "비핵화는 중요하지만 향후 어떤 회담에서도 당장의 목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짚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1기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2년까지 포함해서 생각하면 거의 9년 가까이 실질적인 외교가 없었던 상황에서,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ICBM 시험금지 공식화가 첫 단계"
차 석좌는 이 같은 측면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새로운 시작이라 볼 수 있고,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모두 제거하기보다 추가적인 핵 능력 확대와 위협을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단계는 핵실험 금지를 공식화(codify)하는 것"이라며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국에 핵무기나 미사일을 확산하지 않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핵분열성 물질의 추가 생산 중단, 핵탄두 숫자 상한, 탄두와 미사일의 분리 등 보다 구체적인 군비통제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것들은 훨씬 더 세부적인 협상이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 필요한 것은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미국의 적대국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북한에서 핵·ICBM 시험을 중단한 것을 일종의 '협조'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접근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차 석좌는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차 석좌는 "미국 입장에서 성공의 기준은 북한이 앞으로 추가적인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라며 "또 어떤 형태로든 평화선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자체 핵무장 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이처럼 북·미 정상외교가 재개된다고 해도 한국은 이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차 석좌는 "북한은 어떤 논의나 합의에서도 한국을 배제하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재명 정부는 한국이 반드시 직접 협상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보다 북·미 대화 자체가 재개되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누구든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면 이 대통령은 그것 자체를 좋은 일로 보는 것 같다"며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만남에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북한 핵을 제거하는 대신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북·미 합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력이 사용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나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우려를 촉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한국이 재래식 전력과 정보·위성영상 능력 등을 강화해 자율적인 방위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 시대에 한국은 더 역량 있는 동맹국이면서 동시에 더 독립적인 동맹국(more capable ally, but also a more independent ally)이 될 수 있다"며 "그것이 반드시 핵무기를 의미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즉각 회담에 응하지는 않을 것"
북한 입장에서는 정상회담 개최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관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보다 이번 임기에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다"며 "북한도 그런 의미에서 어떤 형태든 합의할 이해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군사력 사용에 보다 적극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관리 차원에서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한 국가 목록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경계한다는 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이유가 된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라는 제3의 선택지를 갖는 것도 북한의 계산 속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김 위원장이 즉각적으로 회담장에 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에 가장 이상적인 시점은 오는 11월 미국 선거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보다 약해졌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대미 강경 발언도 회담 가능성을 닫은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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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 부부장을 일종의 '배드 캅(bad cop)', 김 위원장을 '굿 캅(good cop)'에 비유하면서, 김 부부장의 발언이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과거보다 약해진 제재 압박이 김 부부장의 발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실질적인 경제 압박이 약한 상태"라며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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