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이트 개설죄’ 생긴다…광고 수익 막아 돈줄 차단
성평등부 등 범정부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온라인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 215만개
배너광고 수익 막고, 국제 공조 협력 강화
앞으로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를 개설하는 행위가 독립 범죄로 취급돼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불법사이트 광고를 금지하고 계좌거래를 정지시켜 수익을 차단하는 등 불법 생태계를 뿌리 뽑는 방안이 추진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촬영물 등 유통 사이트 무력화를 위한 관계부처 합동 통합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원 장관, 신영규 방미통위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 2026.8.20 조용준 기자
성평등가족부는 2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과 함께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를 통해 확정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의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에 지속적으로 불응하거나 불법촬영물이 재유포되는 피해가 반복돼왔다. 이에 정부는 불법사이트를 폐쇄하고 관련 생태계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방식을 전환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고, 지워도 다시 게시하고, 도메인을 바꿔가며 활동을 이어가는 사이트들이 존재하는 한 피해자의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삭제 지원을 넘어 불법사이트 그 자체를 무력화하는 근본적 대응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韓 영상 215만개…피해자 대부분 10·20대
지난 5월 출범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의 불법사이트 심층 분석 결과, 국내 상용망이나 VPN 우회경로로 접속이 가능한 불법사이트는 총 6683개로 집계됐다. 이중 한국어로 운영(300개)되거나 한국 관련 카테고리가 있는 사이트는 1316개로 확인됐다. 이곳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215만개에 달했다. 불법촬영물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는 지난 5년간 1만7716건으로 해마다 피해자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10~20대 피해자가 전체의 77.6%를 차지해 디지털 성범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법사이트 유형은 무료개방형과 유료회원제 등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무료개방형은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로 콘텐츠를 복제한 백업사이트를 갖고 있으며 다량의 영상물을 동시 유포하고 있었다. 유료회원제는 등급에 따라 접근 가능한 게시판을 제한하고 활동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해 불법촬영물 유포를 유도하고 있었다. 노현서 디지털성범죄피해통합지원단 부단장은 "불법사이트 운영은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범죄 생태계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사이트 개설죄' 신설…특수수사팀 신설
먼저 불법사이트 개설·운영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한다. 그동안 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분류돼 집행유예 판결이 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곤 했던 부분이다. 법무부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를 독립 범죄화해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입법을 검토한다. 비슷한 입법례로 형법 제247조에는 도박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도박장 개설죄'가 있다.
경찰은 불법사이트 특수수사팀을 신설한다. 불법사이트 운영자 검거를 통한 원본 삭제 등 근본적 해결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시도 경찰청에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전국 총 127명)을 운영 중이나 신고사건 위주로 수사해 적극적인 불법사이트 인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법사이트의 99% 이상이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원본 서버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수사기관이 합법적 해킹을 통해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 수사 단서를 수집하고 원본 데이터 삭제를 추진하는 능동적 방어 제도도 마련된다. 이와 관련해 기술적 대응 방안과 법리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해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영국에선 중대 범죄 등의 경우 국가 기관의 해킹을 허용해주는 '장비 간섭 영장(EI 영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돈줄 막자" 광고기업 명단 공표·긴급 차단
불법사이트 주 수익원인 광고 수익도 차단한다. 국내망으로 접속되는 사이트 중 1674개 사이트에 도박·성매매 등 배너 광고 약 4만개가 게재된 것이 확인됐다. 배너 광고 유형은 도박 사이트가 79.7%로 가장 많았다. 경찰에서 검거한 126개 불법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총수익 규모는 304억원에 달했다. 도박, 성매매, 저작권침해 사이트 광고뿐만 아니라 여행, 쇼핑몰 등 일반 광고도 송출되고 있었다. 배너 광고 1개당 가격은 최소 50만~300만원으로 최소 연 2억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성평등부는 일반광고주를 대상으로 불법사이트에 광고가 게재된 것을 미리 알리고, 광고 게재가 중단되지 않는 경우 명단을 공표하는 제재 방안을 구상 중이다. 도박 등 불법광고에 대해선 긴급 차단 조치를 통해 제재한다. 금융위원회와 경찰청은 특정금융정보법 상에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를 활용해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를 정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촬영물 등 유통 사이트 무력화를 위한 관계부처 합동 통합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원 장관, 신영규 방미통위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 2026.8.20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국제 협력 강화…"불법사이트 무력화 총력"
반복적으로 삭제에 불응하는 해외 서버 기반 불법사이트 제재를 위해 국제 공조도 이뤄진다.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에 한국인 피해 신고 접수를 위한 전달 체계를 마련한다. 또한 해당 사이트를 호스팅하고 있는 해외 호스팅·CDN(Content Delivery Network) 사업자에게 부처 공동으로 서비스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해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의심되는 콘텐츠를 발견할 경우 이용자 ID, IP 주소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처리에 나선다. 미국은 구글, 메타, 애플, X 등 플랫폼사업자가 자신의 플랫폼 내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나 관련 범죄 징후를 발견하면 반드시 국립아동실종학대예방센터(NCMEC)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그밖에 불법사이트들이 도메인을 바꿔 차단을 회피하는 이른바 '도메인셔틀링' 행태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불법 촬영물 삭제요청에 불응하는 사이트에 대해선 성평등부 장관이 직접 기간통신사업자(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는 긴급 차단 요구권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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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장관은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불법촬영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불법촬영물 확산의 근원인 불법사이트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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