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모나미…3세 회사엔 20년 가까이 일감 몰아주기
45억 쌓인 티펙스…경영권 세습 '실탄' 활용 가능성 주목
애국심엔 '좋아요' 주가부양은 '뒷전'…오너家 배당 챙겨

문구기업 모나미가 심각한 실적 부진과 상장폐지 위기 속에서도 '오너 3세' 송재화 사장(39)의 경영권 세습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신사업인 뷰티 사업까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송 사장이 최대주주인 물류기업 티펙스에는 꾸준히 일감을 몰아주는 반면, 주가 부양책은 외면하고 있어서다.


티펙스에는 모나미의 일감이 20년 가까이 제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티펙스에는 수십억 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여왔다. 특히 올해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가 가동되면서 티펙스가 향후 송 사장이 부친인 송하경 명예회장(67)의 지분을 넘겨받는 등 모나미 지분 확대 과정에서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자금줄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모나미는 100억 적자인데…" 3세 가족회사엔 꼬박꼬박 챙겨준 47억 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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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적자에도 티펙스 거래는 '꼬박꼬박'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8년 설립돼 경기 안성시에 본사를 둔 티펙스는 지난해 매출 59억원, 영업이익 3억원, 당기순이익 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의 출처다. 지난해 티펙스의 주요 판매처 가운데 모나미의 거래 비중은 56.5%에 달했다. 티펙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모나미 한 곳에서 나온 셈이다. 사실상 모나미가 티펙스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모나미는 사업보고서상 티펙스를 종속회사나 계열사가 아닌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 관계는 웬만한 계열사 못지않게 끈끈하다.


모나미가 지난해 티펙스에 지급한 매입 및 기타 비용은 47억원이다. 반면 일감을 주는 모나미의 사정은 정반대다. 모나미는 지난해 매출 1310억원, 영업손실 59억원, 당기순손실 107억원을 기록했다. 모나미가 장기간 적자에 허덕였지만, 티펙스의 사정은 달랐다. 자본금 2억원에 불과한 티펙스의 이익잉여금은 설립 17년 만인 지난해 45억원까지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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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5% 가족회사 티펙스…승계 '히든카드' 주목

티펙스가 대중에 알려진 건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다. 당시 삼성이 모나미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모나미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한 독일 승마장을 대신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때 모나미는 회사와 무관한 티펙스와 송하경 당시 대표 개인이 공동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티펙스는 애초에 모나미와 무관치 않았다. 티펙스의 뿌리는 2008년 모나미(80%)와 계열사 원메이트(20%)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익스프레스라인'이다. 이후 오너 일가에 지분이 넘어가며 최대주주 송 사장(50%)과 모친 홍의숙씨(49.5%)가 지분 99.5%를 갖는 가족회사로 탈바꿈했다. 결국 모나미가 만든 물류기업이 가족회사로 바뀐 뒤에도 모나미의 물류 일감을 그대로 받아온 셈이다.


티펙스의 지배구조가 주목받는 건 3세 승계 문제 때문이다. 현재 송 사장의 모나미 지분은 1.87%(35만3582주)에 불과하다. 부친 송 명예회장(13.76%) 등에 비해 지배 기반이 미약하다. 하지만 티펙스가 모나미 지분을 매입하면 송 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법인을 통해 모나미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티펙스가 향후 승계의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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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 오를 땐 팔고…상폐 위기엔 "땡큐"

승계 작업에만 몰두하는 사이 정작 주주가치 제고는 뒷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모나미는 100억 원대 순손실을 낸 지난해에도 현금배당을 실시해 오너 일가는 1억6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 속에서도 오너 일가의 현금은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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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행적도 도마 위에 오른다. 2019~2020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 '애국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모나미와 오너 일가는 자사주와 보유 지분을 잇달아 대량 처분해 논란을 빚었다. 모나미는 각각 투자재원 확보와 증여세 납부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애국 마케팅'으로 띄운 주가가 고점에 오르자 오너 일가가 사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일었다.


최근 상향된 코스피 상폐 시가총액 기준(300억원)에 걸려 퇴출 위기에 몰렸을 때도 '국민 볼펜 살리기' 애국 매수에 시총이 7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송 사장은 홈페이지에 자필 감사 편지까지 띄웠지만, 주가 부양책은 요원해 결국 시총은 300억원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 송 사장의 편지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상폐 위기가 자칫 승계 구상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결국 위기 모면용 행보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용인시 모나미 본사 건물과 송재화 모나미 사장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필 감사문. 모나미

경기 용인시 모나미 본사 건물과 송재화 모나미 사장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필 감사문. 모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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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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