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교체됐지만 수업 때 계속 마주쳐
교사 병가에 교육청 "전담관 배정할 것"
자신이 담임을 맡은 고등학교 2학년 제자로부터 "성욕과 관련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했다"는 편지를 받는 등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가 문제의 학생과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교원단체가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19일 연합뉴스와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도내 한 고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인 A 교사는 지난 6월 22일 같은 반 제자인 B군으로부터 성희롱 편지를 받았다.
B군은 편지에서 A 교사를 이름으로 지칭하며 일방적인 애정 표현과 함께 교사에게도 같은 감정을 요구하는 협박성 문구를 다수 포함했다. B군은 편지를 주기 며칠 전 A 교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종례 후 교무실까지 따라오는가 하면 퇴근하려는 교사를 막아서는 등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피해 교사의 신고를 받고 지난달 16일 심의를 거쳐 해당 학생에 대한 학급교체와 특별교육 8시간 이수 조치를 했다. 그러나 A 교사가 담당하는 과목은 A 교사 혼자 맡고 있어, 학급이 교체됐음에도 A 교사는 다른 반으로 교체된 B군을 상대로 계속 수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A 교사는 2학기 개학을 앞두고 학교 측에 B군이 선택과목을 변경하거나 온라인 보충 교육 과정을 통한 과목 수강, 또는 시간강사 채용 등 대안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 교사는 지난 18일 개학을 맞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병가를 내야 했다.
A 교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편지를 읽고 나서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꼈고 한동안 헛구역질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컸다"며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으로 학생을 마주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좀 진정됐는데 개학 이후에 그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다시 헛구역질이 올라온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피해 교원으로 인정받았음에도 가해자의 권리가 우선시된 상황"이라며 "저와 같은 1인 교과 선생님들은 교권 침해를 당해도 강제 전학 외에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는 불합리한 제도는 고쳐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가 단위 학교 교장 재량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도 교권 보호 제도의 사각지대"라며 "교권보호위 심의가 끝났다는 이유로 학교, 지역교육청, 도교육청 어느 기관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진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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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현행 피해 교원 보호 체계의 공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수업 동선을 분리하는 등 현실을 반영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22일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을 마친 뒤 다음 주 중으로 피해 교사에게 전담관을 긴급하게 배정해 도움을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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