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 생활안정 넘어 지역 내 소비
상권 회복 선순환 겨냥
지역화폐 지급으로 자금 역외유출 막고
지방소멸 대응 모델 모색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농촌의 구조적 위기에 맞서 경북 청송군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새로운 지역 생존 전략으로 꺼내 들었다.
단순히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복지정책을 넘어 기본소득을 지역화폐와 연결해 소비를 지역 안에 머물게 하고, 소상공인 매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청송군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군민에게 매월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인 청송사랑 카드로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청송은 농촌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 고령화, 지역 상권 위축 등 비수도권 농산촌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기본소득 실험의 의미가 작지 않다.
기본소득 정책의 핵심은 '얼마를 지급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주민에게 지급된 재원이 지역 내 음식점과 전통시장, 소매점, 서비스업 등에서 소비되고, 이 소비가 다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소득으로 연결되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또 다른 목표다.
현금 대신 청송사랑 카드를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급된 기본소득이 대도시나 온라인 대형 유통망 등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고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정책 효과를 지역경제에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매달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면서 생활비 부담을 일부 덜 수 있고, 지역 상권에서는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농촌지역에서 기본소득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갈수록 심화하는 지방소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청송군 역시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 생활 기반의 한계와 청년층 유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출산장려금이나 전입 지원금 등 기존 인구정책만으로는 인구 감소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기본소득 정책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청송군은 기본소득을 주민 생활 안정에만 국한하지 않고 지역 정착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확장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청년·근로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취약지역 생활 여건 개선, 관광 인프라 조성 등 기존 사업과 기본소득을 연계해 '소득-주거-생활환경-일자리'가 맞물리는 정주 기반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도 관심사다. 기본소득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주민들의 소비 여력이 일정 부분 높아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비처를 지역 내 가맹점으로 제한할 경우 지역화폐의 유통량 확대와 함께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재원 확보, 실제 인구 증가 효과 등은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기본소득이 주민 만족도 향상이나 단기적인 소비 증가를 넘어 청년층의 정착과 인구 유출 억제, 지역 사업체 매출 증가, 일자리 창출 등 구조적인 변화로 연결되는지를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내 소비처 확대와 가맹점 간 수혜 격차를 줄이는 문제도 중요하다. 기본소득에 따른 소비 증가가 일부 업종이나 중심지역에 집중될 경우 정책 효과가 지역 전체로 고르게 확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송군의 기본소득 실험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에서 주민 한 사람의 존재는 단순한 인구 통계상의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한 명의 주민은 소비자이자 지역공동체 구성원이고, 학교와 병원, 상점, 대중교통 같은 생활 인프라를 유지하게 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결국 청송의 기본소득 정책은 '돈을 지급해 인구를 늘리는 정책'이라기보다 주민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토대를 보강하고, 그 소비를 다시 지역경제로 돌려보내는 새로운 농촌정책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청송군은 향후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주민 소비 변화와 지역화폐 유통, 소상공인 매출, 인구 이동 등 정책 효과를 면밀하게 살펴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농촌 기본소득이 일회성 지원에 머물지 않고 주민의 삶과 골목상권, 정주 여건을 함께 움직이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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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를 불러들이는 것만큼 지금 사는 주민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진 지방소멸 시대. 청송에서 시작되는 '월 20만원의 실험'이 대한민국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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