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 현장 지도자, 혁신위에 쏟아낸 호소
"대회 1년에 2~3개, 그것도 한겨울·한여름”

"유럽 유소년 선수들은 매년 수십 개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고 성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소년 선수들은 1년에 2개, 정말 많으면 3개 대회에 출전한다. 그 적은 수의 대회조차 가장 추울 때와 가장 더울 때 열린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가르치는 지도자는 한국 유소년 축구의 열악한 현실을 성토하며 이같이 말했다. 19일 충청남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스타디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였다.

지난달 6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겠다며 출범한 K-축구 혁신위원회가 이날 출범 후 처음으로 축구 팬들과 만나 직접 소통했다. 박지성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현장에서 갖고 있던 생각들을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시면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해 한국 축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K-축구 혁신위 첫 경청회…“유소년 경기 늘리고 투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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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회의 주제는 유소년 축구 육성 방안이었다. 박 위원장이 대한축구협회 선거 방식 개편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꼽은 주제다.

경청회에 참가한 축구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우선 경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지도자는 "서울의 경우 운동장이 부족해서 리그 경기를 1년에 10경기밖에 못 뛰고 있다"며 "축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운영하는 운동장 확충 등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진 울산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 예산 감소 문제를 지적했다. 공식 유소년 축구 시스템인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 참가 팀이 2009년 출범 당시보다 두 배가량 늘었지만 초기 100억원이었던 예산은 현재 3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요즘은 거의 모든 학생이 한 달에 수십만원씩 들여 개인 레슨까지 받고 있다"며 "예산이 줄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소년 리그 활성화 못지않게 리그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초등학교 축구 지도자는 "유소년 리그를 어떤 의미에서 운영하고, 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현장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처럼 운영한다면 도대체 왜 리그를 하는 것이냐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혹서기와 혹한기에 집중된 전국대회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현재 상당수 대회가 방학인 1~2월과 7~8월에 열리면서 선수 안전과 경기력을 모두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회를 봄과 가을 학기 중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가 과거보다 심해진 상황에서 기존 대회 일정의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K-축구 혁신위 첫 경청회…“유소년 경기 늘리고 투자 확대해야” 원본보기 아이콘

박 위원장은 축구협회가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혁신위의 출발점이라며 단기 처방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장기적으로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가 생겼다고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쳐가면서 우리가 세웠던 계획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유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협회의 연간 예산이 약 16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유소년 축구에 300억~500억원이 투입된다는 설명을 들은 뒤 투자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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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회장은 "현재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약 2만5000명이고 K리그1·2 선수들은 약 1100명 정도"라며 "유소년 선수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예산 지원은 A대표팀에 압도적으로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래 10년, 20년을 바라보고 대한민국 축구가 부강해질 때까지 유소년에 직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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