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예외" 틈새 노려 신상품도 불법 광고
전자담배 가게 반경 1㎞ 내 초중고 8~11곳
복지부도 "확인하겠다"…실효성 보완 과제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청 인근의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레몬에이드·샤인머스캣 등 과일향을 강조한 전자담배 액상이 자판기 안 가득 진열됐다.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해 올해 4월 이후 제조된 액상형 전자담배는 과일을 연상케 하는 문구나 그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됐지만, 이들 제품은 올해 6~7월 생산된 것이었다. 자판기 스크린과 매장 벽면에도 자두·복숭아 등 과일향을 내세운 광고가 가득했다. 이곳 반경 1㎞ 안에는 초·중·고등학교 11곳이 있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도 마찬가지. 올해 5~7월 제조됐지만, 여전히 과일향을 앞세운 액상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자판기 화면을 터치하자 진열대에 없던 제품들도 파일애플·커피 등 가향 제품이란 점을 강조한 광고가 송출됐다. 구매 화면에는 '2026년 4월24일 담배사업법 시행 이전 제조·수입된 합성 니코틴 제품'이라는 설명이 떴다. 그러나 포도 그림이 그려진 액상을 구매하자 제조일자는 올해 5월4일로 찍혀 있었다.
청소년 흡연 진입을 막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향 광고가 금지된 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과일향 등을 강조한 제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제도 시행 전 제조·수입된 재고에 대해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경과조치가 단속의 허점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의 일반담배(연초) 흡연율은 3.3%로 나타났다. 2021년 4.5% 이후 2022년 4.5%, 2023년 4.2%, 2024년 3.6% 순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1년 2.9%, 2022년 3.3%, 2023년 3.1%, 2024년 3.0%, 지난해 2.9%로 줄지 않고 있다. 이 조사는 표본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답변에 응하지 않은 실제 청소년 흡연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월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그 줄기·뿌리와 천연·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한 제품까지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간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었던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담배와 같은 규제를 받게 된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국민건강증진법상 과일·디저트 등 향을 연상케 하는 문구·그림·사진을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법 시행 전 제조·수입된 재고에 대해서는 경과조치를 두기로 했다.
이 같은 규제는 청소년의 흡연 유인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자담배 사용 청소년은 일반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이 3.5배 높다고 분석했다. 맛, 형태 등으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전자담배가 흡연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런데도 전자담배 가향 광고가 버젓이 계속되는 건 개정법령 시행 전 제고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 단속을 피할 통로가 생긴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 또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재고에 대한 소진 기한을 두거나 단속 주체가 보다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단속 주체가 규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청소년이 일상적으로 전자담배 광고에 노출되면 유해성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지고 흡연 가능성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단속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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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유통되는 제품 대부분이 재고이다 보니 단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규제하는 입장에서도 현장 상황이 난감하다"며 "문제가 제기된 제품과 유사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확인하고 해당 업체를 상대로도 사실관계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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