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신세계 박주형 vs 롯데 정현석…백화점 빅2 '4兆 전쟁'
백화점 업계 최초 4조 매출 경쟁
신세계 강남점 올해 달성 확실시
젊은피 앞세운 롯데 잠실점 맹추격
국내 백화점 사상 첫 '연 거래액 4조원' 점포 자리를 놓고 박주형 신세계 대표(66)와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50)가 맞붙었다. 신세계 강남점이 지난해 연간 거래액 3조6717억원을 기록하며 한발 앞서 있지만, 이 기간 3조3010억원의 매출고를 기록한 롯데 잠실점(롯데타운 잠실)이 맹추격하는 모습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은 올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간 거래액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거래액은 3조6717억원으로 전년(3조3269억원)보다 10.4% 증가했다. 올해 지난해보다 약 9%만 성장해도 4조원을 넘어선다.
신세계 강남점, 명품이 끌고 프리미엄 식품·팝업이 밀고
강남점은 2021년 2조4940억원에서 2022년 2조8398억원, 2023년 3조1025억원, 2024년 3조3269억원으로 매년 몸집을 키웠다. 2023년 국내 백화점 가운데 처음으로 3조원 벽을 넘어선 데 이어 3년 만에 4조원에 도전한다.
강남점의 성장을 이끈 것은 명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VIP 고객을 붙잡는 동시에 식품·팝업으로 고객층을 넓힌 전략이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명품 매장을 갖췄다. 여기에 '스위트 파크(디저트 전문관)', '하우스 오브 신세계(프리미엄 푸드홀)', '신세계 마켓(슈퍼마켓)' 등 6000여 평 규모의 식품관을 완성했다. 명품을 구매하는 '큰손'부터 디저트와 팝업을 찾아오는 젊은 고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거래액 기준 4조원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전 세계에서 단일 점포 거래액이 4조원을 넘는 백화점은 영국 런던 해 로즈(약 4조8000억원)와 일본 도쿄 이세탄 신주쿠점(약 4조3000억원) 등 두 곳이다. 강남점이나 잠실점이 올해 4조원을 돌파하면 세계 최상위권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강남점이 이세탄 신주쿠점의 거래액까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조 고지 뺏긴 업계 1위 롯데..잠실타운 맹추격
롯데 잠실점의 추격 속도도 빠르다. 2021년 1조7973억원이던 거래액은 2022년 2조5982억원, 2023년 2조7569억원, 2024년 3조551억원을 거쳐 지난해 3조3010억원으로 늘었다. 4년 만에 84% 성장했다. 롯데 잠실점이 4조원을 넘으려면 지난해보다 약 21% 성장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20%대 성장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롯데 잠실점은 '백화점 밖'으로 영토를 넓혔다. 백화점과 에비뉴엘·롯데월드몰뿐 아니라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석촌호수·시그니엘 등을 하나로 연결해 잠실 일대를 쇼핑·관광·문화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450여 차례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외국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당초 계획했던 대규모 리뉴얼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조 매출 달성을 향한 분위기도 조성됐다. 올 들어 백화점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명품·패션 소비가 회복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2분기 총매출은 2조1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5% 늘었다. 특히 강남점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외국인 매출도 5800억원으로 120% 뛰었다. 롯데백화점 사업부 총매출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패션을 비롯한 전 상품군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4조5233억원으로 8% 늘었다.
1조 13곳·2조 5곳, 커지는 백화점
강남점과 잠실점이 4조원을 향해 뛰는 사이 국내 백화점의 '체급'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 2조원을 넘긴 점포는 신세계 강남점·센텀시티점, 롯데 잠실점·본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5곳이다. 2021년만 해도 2조원을 넘긴 곳은 신세계 강남점 한 곳뿐이었다. 4년 만에 5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신세계는 대구점과 본점이 2조원 고지를 넘볼 수 있다. 신세계 대구점은 지난해 거래액 1조6629억원을 기록해 2조원까지 약 3370억원을 남겨두고 있다. 신세계 본점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거래액은 1조2525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55%, 2분기 77% 성장하며 신세계 13개 점포 중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현재 성장세가 이어지면 신세계는 강남·센텀시티에 이어 2조원 이상 점포를 최대 4곳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한때 백화점 성공의 상징이었던 '1조 클럽'에는 지난해 13개 점포가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가 강남·센텀시티·대구·본점·대전 아트앤사이언스 등 5곳으로 가장 많다. 현대백화점은 판교·더 현대 서울·본점·무역센터점 등 4곳, 롯데는 잠실·본점·부산 본점 등 3곳, 한화갤러리아는 명품관 1곳이다.
롯데에서는 인천점이 올해 새로운 '1조 백화점'에 도전한다. 인천점 거래액은 2021년 6850억원에서 2022년 7481억원, 2023년 7527억원, 2024년 7891억원, 지난해 829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보다 20% 넘게 성장하면 처음으로 1조원 고지를 밟는다.
4조원 돌파 이후 진짜 승부…박주형 대표 대형 프로젝트 성공 여부
점포의 체급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것은 두 대표의 현재 성적표다. 2024년 선임된 박 대표는 강남점의 4조원 달성과 함께 본점·대구점을 새로운 '2조 점포'로 키워야 한다. 올해 롯데백화점 수장에 오른 정 대표도 잠실점의 4조원 돌파와 인천점의 '1조 클럽' 입성이 과제다.
박 대표에게는 신세계가 준비해 온 대형 개발 사업을 현실화하는 과제가 있다. 수서와 광주, 송도, 센텀시티 등 전국 곳곳에 대형 프로젝트가 대기하고 있다. 기존 점포의 덩치를 키우는 것을 넘어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
박 대표는 신세계그룹의 대표적인 '기획·개발통'으로 꼽힌다. 경영지원실 기획 담당과 신규사업본부장 등을 거쳤고 현재 신세계센트럴 대표도 겸하고 있다. 백화점 영업뿐 아니라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복합시설 운영까지 챙기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업이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이다. 신세계는 한화·KT에스테이트 등과 함께 수서역 일대에 백화점과 업무·숙박·문화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시설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강남점에 이어 서울 동남권을 공략할 새로운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광주에서는 광주신세계와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유스퀘어 일대를 묶어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백화점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터미널과 호텔·문화시설 등을 결합해 호남권을 대표하는 복합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송도와 센텀시티 추가 개발도 박 대표 앞에 놓여 있다.
정현석 대표 수익성 점포 '옥석 가리기'
정 대표가 받아든 숙제는 '옥석 가리기'다. 롯데는 국내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3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점포 간 격차도 크다. 지난해 잠실점이 3조원을 넘어선 반면 관악점, 상인점, 미아점, 포항점 등은 1000억원대에 그쳤다. 잠실점 한 곳의 거래액이 관악점의 30배가 넘는다. 문제는 하위권 점포 상당수가 역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관악점, 구리점, 영등포점, 포항점은 3~9% 역성장했다.
롯데는 이미 점포 재편에 들어갔다. 2024년 마산점에 이어 지난 3월 분당점의 문을 닫았고 미아점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반면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점포에는 적극 투자한다. 롯데는 인천점을 명동·잠실에 이은 세 번째 '롯데타운'으로 키운다. 3년에 걸친 백화점 리뉴얼을 마치고 올 하반기부터 2단계인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최신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노후 터미널을 인접 부지로 이전·신축하고 기존 터미널 부지는 쇼핑·문화 기능을 갖춘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점은 올해 1~7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늘었고 해외패션 매출은 40% 증가했다.
정 대표는 에프알엘코리아 대표 시절 유니클로의 비효율 점포를 줄이는 한편 핵심 매장과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점포 수 자체를 지키기보다 점포별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따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청량리점과 상인점 등의 점장 인사를 단행하며 현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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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4조원 점포의 등장은 단순히 한 점포의 매출 기록을 넘어 소비가 경쟁력 있는 대형 점포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백화점 경쟁도 점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핵심 점포의 체급을 키우고 지역별 거점을 만드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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