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日은행, 연합 지주·합병 통해 규모 키워
자체 역량 강화·전략적 협력으로 살아남은 사례도
韓 지방은행 지역 대표성 강해…환경 맞는 생존전략 필요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곳이 있다. 일본이다. 일본 지방은행은 합병·연합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면서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과 BNK금융에 연합형 지주사 체제를 제안한 배경에도 일본에서 유사한 사례가 이미 등장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영남과 호남 등 지역색이 뚜렷한 곳에 기반을 두고 있어 지주사 소재지나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우리 실정에 맞게 우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日 지방은행 '합종연횡'…연합형·합병형으로 덩치 키웠다

[지방금융 생존전략]②생존 성공 日 전례 따라야?…"韓, 자체 역량 관건"
AD
원본보기 아이콘

얼라인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BNK금융지주와 호남의 JB금융지주 간 합병을 요구하며 사례로 든 곳은 후쿠오카은행, 구마모토은행 등이 연합한 일본 최대 지방금융그룹인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FFG)이다.


1990년대 시작된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와 지역 인구 감소로 지방금융사들은 2000년대 들어 해외·광역 확장이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 수익 기반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불안이 커졌다. 이에 일부 일본 지방은행은 지주사를 설립해 플랫폼은 통합하되 브랜드는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연합형 지주회사'나 브랜드와 플랫폼 등을 하나로 합치는 '흡수합병'을 선택했다.

연합형 지주회사와 흡수합병의 대표 사례로는 각각 FFG와 도쿄키라보시파이낸셜그룹이 꼽힌다. 큐슈의 후쿠오카은행과 구마모토의 구마모토은행은 주식 이전을 통해 2007년 공동 지주회사인 FFG를 출범시켰다. 이후 나가사키현의 신와은행과 주하치은행을 각각 인수했고, 두 은행을 통합해 주하치신와은행을 만들었다.


FFG는 각 지역 주민의 신뢰도가 높은 지방은행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산과 자금 조달, 창구·백오피스 업무 등을 지주사 산하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2007년 출범 당시 연결 총자산 9조3600억엔(약 82조7452억원)으로 시작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 33조5595억엔(약 296조6760억원)으로 19년간 3.59배 커졌다. 2018년부터는 총자산 기준 일본 지방금융그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연합형 지주회사 체제는 이바라키현의 조요은행과 도치기현의 아시카가홀딩스가 출범시킨 메이부키파이낸셜그룹 등 다른 지방은행 통합 사례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도쿄도민은행과 야치요은행이 2014년 세운 공동 지주회사인 도쿄키라보시파이낸셜그룹은 완전 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2016년 신긴코도쿄은행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고, 2018년에는 3개 은행을 키라보시은행으로 합쳤다. 이어 2020년 전산시스템까지 하나로 통합해 연간 약 25억엔(221억원)을 절감했다. 점포 내 점포 방식을 활용해 중복 점포도 약 30% 줄였다.


합병 전 3개 은행의 연간 경비 618억엔(5469억원) 가운데 약 100억엔(885억원)을 감축하면서 영업경비율은 60.05%까지 낮아졌다. 키라보시은행으로 합병된 2018년 5조6400억엔(49조9190억원)이었던 총자산은 지난해 7조3173억엔(64조7647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018년 18억엔(159억원)에서 지난해 423억6000만엔(3749억원)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얼라인이 요구한 연합형 지주회사 방식의 결합이 물리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기업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BNK금융의 총자산은 약 161조원, JB금융의 총자산은 73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가 결합할 경우 총자산 234조원 규모의 금융그룹이 탄생해 시중은행에 대한 대응력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두 기관의 영업지역이 다르고 중복 이슈도 덜하다 보니 (통합으로) 규모가 커지면 비용이 줄고 네트워크가 보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韓, 지방은행 상황 일본과 달라…"우선 스스로 강해져야"

[지방금융 생존전략]②생존 성공 日 전례 따라야?…"韓, 자체 역량 관건" 원본보기 아이콘

일본과 우리나라의 지방금융은 지역 대표성부터 차이가 커 단순히 벤치마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합형 지주회사의 경우 브랜드와 영업점을 각자 유지하는 구조여서 인력·점포 통폐합 등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지주회사 경영 방향을 두고 지역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지방은행은 제1지방은행 61개, 제2지방은행 34개 등 총 95개다. 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47개 도도부현에 각각 1개 이상의 지방은행이 있어 개별 은행의 지역 대표성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반면 한국은 2024년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이후 BNK금융과 J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가 2개로 줄었고, 지방은행도 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 등 5곳만 남아 지역 대표성이 강하다.


일본에서도 합병 이외의 방식으로 독자 생존에 나선 사례가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주사 설립 없이 IT 인프라·채널을 공유하고 백오피스 표준화에 나선 츠바사얼라이언스나, 지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노무라증권과 자산관리(WM) 서비스 파트너십을 맺어 메가뱅크를 이용하지 않던 고액 자산가를 발굴한 가가와현의 114은행이 대표적이다.


국내 지방금융도 자체 영업 역량을 고도화하고 필요한 부분은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JB금융은 지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지역 중소기업·서민대출 등을 통해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금융위원회의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지역 영업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핀테크·플랫폼사와 전략적으로 제휴해 전국 단위 소상공인·서민금융과 외국인 금융을 강화하고, 동남아시아 국가 등으로 활로를 넓히고 있다.


BNK금융도 부울경 지역 경제 생태계 강화를 위해 생산적 금융 펀드를 조성하고, 소형모듈원전(SMR)·방산·조선 등 지역 전략 산업의 금융 지원을 위한 특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수출입 통합 지원과 해외 금융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등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금융지주 산하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공동대출 협력을 맺는 등 시중은행 대비 부족한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영업 기반을 넓히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AD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보다 먼저 지역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를 겪은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지점이 있지만, 획일적으로 지주사를 설립해 연합·합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우리나라 지역 경제와 금융 환경에 맞는 생존 전략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