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0.8% 뚫은 재판소원…‘연내 1호 인용사건’ 위해 로펌 ‘진검승부’[Invest&Law]
전원재판부 회부율 0.8%에 불과
율촌·광장·태평양 등 주요사건 선점
헌재·대법관 출신 영입하며 전력보강
전원재판부 회부 과반이 ‘심리불속행’
절차적 하자 권리 침해 여부가 쟁점
헌법재판소가 연내에 헌정사상 첫 '재판소원(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형 로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지금까지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 청구 1946건 중 사전심사(지정재판부)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단 17건(0.8%)에 불과하다. '0.8%의 좁은 관문'을 뚫은 대형 로펌들은 역사적인 '1호 인용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며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전원부 진출 사건을 잡아라"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 로펌들은 재판소원 사건을 속속 전원재판부에 진입시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법무법인 율촌이다. 율촌 재판소원 TF(팀장 권혁준 변호사)는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녹십자 담합 과징금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처음으로 안착시키며 원심의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다. 광장 헌법재판팀(김정원·정수진 변호사)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부당이득반환 사건'을, 태평양 BKL 재판소원 TF는 '장애인 이동권 관련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올렸다. 화우 재판소원 TF도 '외국 납부 법인세액 공제 관련 대법원 판결'과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관련 판결'의 본안 회부를 노리고 있다. 지평 재판소원센터도 대리 중인 1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재판소원 사건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현재는 전원재판부 회부만 돼도 고무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라면서 "제도 첫 시행이라 본안 공개 변론 기일이 잡힐지도 불확실해 의견서를 보충하면서 인용을 위해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1%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전원재판부 회부율은 헌재의 고심이 반영된 결과다. 헌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원부 회부가 남발될 경우 무분별한 남소(濫訴)가 이어지거나 사법 시스템 전체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어 지금은 엄격하게 걸러내는 기류"라고 했다.
다만 본선에 진출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속도전'이 예상된다. 통상 헌법소원(헌마) 사건은 접수 순서에 따른 선입선출이 원칙이지만, 재판소원의 경우 제도 정착을 위해 다른 사건들보다 먼저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다. 사건번호 '헌마'가 붙은 헌법소원 사건 중에는 재판소원 외에도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사건도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접수 순번보다는 난이도가 쉽고 쟁점이 명확해 결론을 내리기 쉬운 사건이 '1호 결정'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본안 심리에는 재판관 7인 이상이 출석해야 하며, 최종 인용(재판 취소) 결정을 위해서는 전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라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전직 대법관·헌재 재판관 총출동
'1호 인용' 결정이 나오면 재판소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로펌들의 '전관 모시기' 경쟁도 치열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강일원·목영준 전 헌법재판관과 권오곤 전 유고전범재판소 재판관을 주축으로 '헌법소송센터'를 출범했다. 태평양은 이기택·차한성 전 대법관과 헌재 선임연구관 출신 김경목 변호사 등 30여명 규모의 매머드급 TF를 가동 중이다. 세종은 신동승 전 헌재 선임부장연구관, 김현영 전 선임연구관 등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고, 율촌은 김이수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고문으로 맞이했다. 화우는 이인복 전 대법관 등을 필두로 20여명의 팀을, 지평은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 등을 내세워 대응 역량을 키우고 있다.
재판소원 제도는 법원의 오랜 관행도 흔들고 있다. 현재 전원재판부에 오른 사건의 과반수는 대법원이 판결 이유를 적지 않고 내린 '심리불속행 기각' 사건이다. 특히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 등을 이유로 각하된 후 심불 기각된 사건들이 헌재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절차적 하자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는지를 헌재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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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내부에서도 심리불속행을 신중히 결정하고 항소이유서 대출 기한을 늘리는 등 기류 변화가 나타니고 있다. 일선 법관들은 자신이 내린 판결이 헌재의 위헌 심판대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확정판결이 사후적으로 헌재에서 뒤집히는 낭패를 막기 위해, 판사들이 1~3심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기본권 등 헌법과의 합치성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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