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장·음료수와 2주간 함께 보관
괴사 사실도 뒤늦게 가족에 알려
인천선 절단 다리 재활용품으로 배출
복지부, 요양병원 행정조사 요청

서울의 한 요양병원이 환자의 떨어져 나간 발가락을 일회용 죽 용기에 담아 식품이 들어 있는 공용 냉장고에 2주 동안 보관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6월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절단된 다리가 재활용품 처리시설로 흘러간 데 이어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요양병원의 의료폐기물 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A씨가 약 2주 뒤 병원을 방문해 확인한 공용 냉장고에는 환자들의 이름이 적힌 쌈장과 음료수 등 식품이 들어 있었다. 냉장고 아래쪽에는 일회용 죽 용기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아버지의 발가락이 보관돼 있었다. KBS

A씨가 약 2주 뒤 병원을 방문해 확인한 공용 냉장고에는 환자들의 이름이 적힌 쌈장과 음료수 등 식품이 들어 있었다. 냉장고 아래쪽에는 일회용 죽 용기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아버지의 발가락이 보관돼 있었다. KBS

AD
원본보기 아이콘

18일 KBS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이 환자의 절단된 발가락을 일회용 죽 용기에 담아 공용 냉장고에 보관했다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적장애가 있는 60대 환자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10년째 생활해 왔다. 환자의 자녀 A씨는 지난 3월 아버지의 발가락이 절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병원 측은 환자가 목욕하기 위해 휠체어로 이동하던 중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괴사가 진행 중이던 발가락이 떨어져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호 일지에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족부 궤양'이라는 병명이 기록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버지의 발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지난 3월 초에야 처음 들었으며, 발가락이 떨어진 구체적인 경위도 간호 일지를 확인한 뒤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떨어져 나간 발가락의 보관 방식이었다.

A씨가 약 2주 뒤 병원을 방문해 확인한 공용 냉장고에는 환자들의 이름이 적힌 쌈장과 음료수 등 식품이 들어 있었다. 냉장고 아래쪽에는 일회용 죽 용기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아버지의 발가락이 보관돼 있었다. A씨가 보관 방식에 항의하자 병원 관계자는 "그럼 어디에 넣어서 보관했어야 하느냐"며 "요양병원이다 보니 발가락이 들어갈 만한 용기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담당 간호사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급하게 보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이후 의료폐기물 폐기는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인체의 조직·장기·기관·신체 일부는 위해의료폐기물 가운데 '조직물류폐기물'로 분류된다. 발생한 때부터 지정된 전용 용기에 담아야 하며, 전용 냉장 시설에서 섭씨 4도 이하로 다른 물품과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치아를 제외한 조직물류폐기물의 보관 가능 기간은 최대 15일이다. 이번 사례의 보관 기간 자체는 상한을 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회용 음식 용기를 사용하고 식품이 들어 있는 공용 냉장고에 함께 둔 것은 별개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식품위생법 저촉 여부 역시 행정조사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아울러 의료폐기물 보관 문제뿐 아니라 환자의 족부 궤양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진행됐는지, 병원이 가족에게 환자 상태를 적절한 시점에 알렸는지, 괴사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치료와 관찰이 이뤄졌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측은 관련 논란이 커지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요양병원에 대한 행정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의료폐기물 관리 규정 위반 여부와 병원의 환자 관리 과정 전반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인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가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의 유전자(DNA)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사진은 해당 환자가 입원 중인 18일 오후 인천시 중구 모 요양병원. 연합뉴스

경찰이 인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가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의 유전자(DNA)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사진은 해당 환자가 입원 중인 18일 오후 인천시 중구 모 요양병원.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앞서 비슷한 사건은 불과 두 달 전에도 발생했다. 지난 6월 인천 송도의 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괴사가 진행된 80대 요양병원 환자의 절단된 다리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병원은 절단된 다리를 조직물류폐기물 전용 용기에 담지 않았고, 섭씨 4도 이하의 전용 냉장 시설에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청소 담당 자원봉사자가 붕대에 싸인 다리를 석고붕대로 착각해 재활용품 봉투에 배출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 3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자원봉사자 등 3명과 해당 의료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2010년 대구에서도 병원에서 절단된 환자의 신체 일부가 상자에 담긴 채 도로변에서 발견돼 집도의와 병원장, 폐기물 담당자 등이 입건된 바 있다. 2023년 부산시가 중대형 동물병원 80곳을 점검했을 때도 10곳이 의료폐기물 처리 기준 위반으로 적발됐다. 일부 병원은 조직물류폐기물을 과자 등 식품과 함께 일반 냉장고에 보관했다.

AD

한편,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2월까지 의료폐기물 관리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종합병원은 18곳이었다. 종합병원 외 의료폐기물 배출 사업장도 108곳에 달했다. 보관 기간을 넘기거나 냉장 보관해야 할 폐기물을 상온에 두는 등의 위반이 확인됐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