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임금 다른 용도 사용 차단
30일 초과 다단계 도급사업 적용

정부가 건설·조선업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임금구분지급제'를 시행한다.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대금 중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별도로 지급하고, 노동자에게 실제 임금이 지급됐는지도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도급 과정에서 임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체불 발생 후 책임을 묻는 사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40일간 이런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및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임금구분지급제의 적용 대상과 임금비용 지급 절차, 도급인의 확인 방법 등을 담았다.

임금구분지급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이나 도급인이 지급한 공사·사업 대금이 하도급 단계를 거치면서 다른 용도로 사용돼 노동자 임금 체불로 이어지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앞으로 도급인은 매월 수급인에게 지급하는 도급금액 가운데 임금에 사용할 비용을 별도로 구분해 지급해야 한다. 수급인은 해당 금액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실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도급인은 임금명세서나 사회보험료 납부 내역 등을 통해 수급인의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빅3 조선소 중 한 곳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숙련공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빅3 조선소 중 한 곳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숙련공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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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9월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임금체불 근절 대책'의 후속 조치로 이번 제도를 추진했다. 기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 분야 건설공사에만 적용됐던 임금구분지급제를 '근로기준법' 체계로 옮겨 민간과 조선업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지는 건설·조선업 가운데 계약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도급사업에 적용한다. 공공사업과 민간사업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차이를 뒀다. 건설업의 경우 내년부터 시행이 추진되는 '발주자직접지급제'와 적용 범위를 맞춘다. 발주자직접지급제는 발주자가 수급인의 계좌를 거치지 않고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해 하수급인과 건설근로자 등에게 공사대금을 분배·지급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공사금액 등 적용 기준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조선업에는 선박 건조나 수리를 목적으로 하는 도급사업에 적용한다. 최종적으로는 선박 1척당 최초 발주금액이 120억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다만 조선업에 임금구분지급제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민간 현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최초 발주금액 500억원 이상 사업부터 적용하고, 이후 적용 기준을 240억원, 120억원으로 낮춰 3년에 걸쳐 확대한다. 노동부는 공공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의 민간 개방 일정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급인의 확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외도 뒀다. 사업장 자체적으로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 등을 활용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임금구분지급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한다. 도급인이 모든 임금 지급 과정을 직접 관리하기보다 전자 시스템을 통해 지급과 확인이 이뤄지는 경우 제도 취지를 충족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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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세부 기준을 보완할 방침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조선업 등 관련 업종의 표준 하도급계약서 개정 과정에서도 임금 구분지급 관련 항목을 반영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 현장에서 실제 임금체불이 줄어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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