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교수 "줄리아드의 힘은 뉴욕…예술 경험이 연주자를 키운다"
줄리아드 음대 첫 아시아계 여성 피아노 교수
"다양한 예술경험 중요…자신만의 해석 키워야"
9월2일 힉엣눙크 독주회…프레스티니 亞 초연
"훌륭한 교수진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뉴욕의 환경 자체가 큰 자산입니다. 음악과 미술, 무용 등 여러 예술 경험은 결국 하나로 연결돼 연주자를 성장시킵니다."
이소연 줄리아드 음악대학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줄리아드의 경쟁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줄리아드는 뉴욕 필하모닉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시티발레 등 미국을 대표하는 예술단체가 모여 있는 링컨센터에 자리 잡고 있다. 음악과 오페라, 무용, 연극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뉴욕의 풍부한 미술·문화 환경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음악대학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이 교수는 "뛰어난 학생들이 줄리아드에 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교육 환경이 학생들 스스로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가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소연 교수는 1905년 개교한 줄리아드 음대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피아노 교수다. 신시내티대 음악원을 거쳐 2022년 줄리아드 피아노과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자신만의 해석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학생들이 음악을 이전에 경험해 보지 않은 듯한 각성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려고 한다.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콘서트에서 듣고 싶은 연주자도 자신만의 상상력과 예술성, 무엇보다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음악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연주자다.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음악을 설득력 있게 펼쳐 나가며 참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제자들이 연주 실력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성숙하기를 바란다. 이 교수는 "뛰어난 예술가뿐 아니라 훌륭한 인간으로서 다음 세대를 형성할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양성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피아노 교수로서의 역할만큼이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제자의 모습에 대해 "배려와 온정이 있고, 정직하며, 완벽함만을 추구하지 않고 허세가 없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제자들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교수가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9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독주 무대를 선보인다. 힉엣눙크는 실내악 단체 세종솔로이스츠가 매년 여름 개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다. 축제명 힉엣눙크(Hic et Nunc)'는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축제는 이름처럼 현시대 클래식 음악의 흐름과 새로운 창작, 혁신적인 시도에 초점을 맞춘다. 수백 년간 이어온 전통 클래식 작품을 연주하는 동시에 현존하는 작곡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신작을 위촉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9회 힉엣눙크!에는 모두 44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오는 9월3일까지 공연과 워크숍 등 10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소연 교수의 독주회는 오는 9월2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린다. 이 교수는 동시대 저명한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해 여러 작품을 세계 초연했으며 이번 연주회에서는 축제 취지에 맞춰 2024년 세계 초연한 파올라 프레스티니의 '어머니 달의 노래'를 아시아 초연한다. 라벨의 '라 발스',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모음곡 '로미오와 줄리엣 중 10개의 소품' 가운데 다섯 곡,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등도 연주한다. 이 교수는 "프레스티니와 라벨의 작품은 이번 공연에서 꼭 연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라 발스는 모두 발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로미오와 줄리엣 중 10개의 소품은 관현악 작품을 단순히 피아노로 편곡한 것이 아니라 음악적 소재를 선별해 피아노 작품으로 재해석한 곡이고, 라 발스는 오케스트라의 색채와 깊이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라며 "그 오케스트라적 색채와 깊이를 마음에 담으면서도 독주 피아노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살려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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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교수는 최근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로 영국의 벤저민 그로브너를 꼽았다. 그는 "잘 알려진 명곡부터 새롭게 발굴한 곡, 거의 연주되지 않는 희귀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의 범위가 매우 넓고 다양한 스타일을 폭넓게 소화한다"며 "특히 작품 선택에서 깊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브너의 연주는 일반적인 좋은 연주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특별한 결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주하지도 않고 진부하게 들리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주목받으려고 일부러 애쓰지도 않는다. 지성과 표현력으로 뒷받침된 연주 자체의 자연스러움이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서도 "특별히 젊고 유능하며 개성 있고 매력적인 연주자"라며 "사족이 불필요한 대단한 피아니스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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