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주민들 5개월째 집회 "제2 가습기 살균제 아니냐" 성토[AIDC 시대의 공존법]①
Ⅰ. 수요 폭증하는 AIDC, 국내 현실은
[르포]금천구청 앞 집회 가보니
5개월 넘도록 집회 이어져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죠. 그런데 우리 집 바로 옆에 나도 모르게 지어진다면 환영할 사람이 있을까요?"
60대 김모씨는 지난 10일 아침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무더운 날씨에도 주민들과 함께 서울 금천구청 앞에서 '데이터센터 결사반대'라는 피켓을 들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 날씨였지만 김씨는 주민들과 함께 힘든 내색 없이 1시간 가까이 집회에 참여했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집회는 이달 20일 178일째로 접어들었다. 주민 20여명은 5개월이 넘도록 데이터센터 공사를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금천구 독산동 724-4 일대에는 지하 지반 공사를 마치고 골조가 올라가는 등 데이터센터 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반대 집회를 주도해온 한 주민은 최근 시행사 측으로부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은 착공 3개월이 지나서야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생전 처음으로 피켓을 들게 된 이유다. 인근에 대형 아파트단지가 인접해 있어 데이터센터 구축 전 구청으로부터 사전 설명회 공지가 오거나 주민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현행법상 주민 동의 없이도 데이터센터 건립은 가능하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전화국, 방송국, 기지국 관련 시설이 데이터센터로 분류되던 때부터 있었던 조항이다.
그러나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다르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데이터센터가 리튬 배터리와 비상발전용 경유 저장고, 거대 냉각탑을 갖춘 고전력·위험물 집적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시설로 건축 허가가 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주민 황모씨는 "데이터센터가 마치 제2의 가습기살균제 같다. 가습기 살균제도 법적으로는 기준치를 모두 충족해 제품이 돼 마트에서 팔린 것 아니냐"라면서 "구청에서는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거대 자본에 주민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박모씨도 "이미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터전을 잡고 살아온 주거지 한가운데 들어서야만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데이터센터 건립 사전고지가 올라온 또 다른 지역, 독산동 151-5 일대와 151-16·17 일대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곳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전자파 등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와 불이 날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까 봐 우려했다. 금천구 주민 평균연령은 47.3세로 서울에서 강북·도봉구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고 노인 인구가 많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부지를 직접 가서 보니 도로는 소방차 한 대가 들어오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빽빽한 주거밀집 지역이었다. 부지와 1m도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117세대 빌라가 한 채 있고, 초등·중학교, 병원도 자리 잡고 있다.
올해 2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갈등 유발 예상 시설일 경우 반경 1㎞ 이내 주민들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고시를 마련하기도 했으나 금천구 주민들은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금천구청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 구성 이후에는 주민과 대면해 의견 청취를 하는 현장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독산동 724-4 데이터센터의 경우 해당 조례 제정 이전인 2024년 10월에 접수돼 올해 2월 제정된 사전고지 대상 시설의 인허가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권 금천구 데이터센터 연합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세 번이나 찾아가서 주민들과 비대위 측 의견을 전달했지만 구청에서는 답변이 없었다"면서 "구청장실을 직접 방문하고 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굿모닝증시]美, 반도체 변동성에도 바이오로 반등...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