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휩쓰는 SNS發 집단 폭력
통행금지·SNS 차단만으론 부족
아이들에게 현실의 광장 돌려줘야

[아경의 창]'10대의 점령' 통제만이 답 아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마치 영화 '친구'의 포스터 문구 같은 일이 세계 주요 도시를 휩쓸고 있다. 이른바 '10대의 점령(Teen takeover)'이다. 수백, 수천 명의 청소년이 몰려다니며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영화처럼 뜨거운 우정이 아니다. 꽉 막힌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욕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얻을 명성이다.


인스타그램에 뜬 'DT?'라는 메시지는 10대의 일탈을 부르는 초대장이다. '다운타운(downtown·도심)으로 가지 않을래?'라는 뜻이다. 메시지를 본 수백, 수천 명이 도심으로 몰려가 폭력과 강도를 일삼는다. 이달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10대의 점령'으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차량 20여대가 파손됐다. 지난달 4일 독립기념일에도 19세 청년이 숨지고 9명이 총상을 입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올해 부활절 연휴 영국 런던에서는 청소년 수백 명이 상점을 약탈해 경찰관 100여명이 투입됐다. 일부는 소요 사태를 SNS로 생중계했다.

각국 정부가 먼저 꺼낸 해법은 '통제'다. 미국 샬럿은 18세 미만의 통행금지 시간을 오후 9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영국은 내년 상반기 16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도 15세 미만 SNS 금지법을 도입하려 했지만, 지난주 헌법위원회의 위헌 결정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우리나라도 10대의 SNS 집단 일탈 예고편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지난해 초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는 당시 19세 미만이던 청소년도 가담했다. 해외 사례와 출발은 다르지만 SNS의 과격한 언어와 군중 속 익명성이 젊은이들의 판단을 흐렸다는 점은 닮았다. 얼마전에는 무인점포에서 망치로 계산대를 부수고 그 장면을 SNS에 올린 청소년들도 있었다.

어쩌면 이들은 팬데믹이 남긴 가장 아픈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이 유소년기일 때 코로나19로 청소년들이 몰리는 공원과 체육시설이 폐쇄됐고 학교 수업은 태블릿 화면 속으로 옮겨갔다. 현실에서 관계 맺는 법과 연대의 가치를 배울 시기에 서로 떨어져 지낸 청소년들은 역설적으로 거대한 군중이 주는 소속감에 끌렸다. SNS는 그 결핍을 빠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채웠다.

AD

그렇다고 통행금지와 SNS 차단만으로 '10대의 점령'을 막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비공개 대화방과 더 어두운 장소로 옮겨갈 뿐이다. 학교에서는 집단 일탈에 동참하더라도 개인의 법적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정부도 폭력적 집단 선동을 조기에 포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 군중에 섞이지 않아도 소속감을 느끼고 에너지를 발산할 현실의 광장을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10대의 점령'은 아이들이 도시를 점령한 사건이기 전에 어른들이 비워둔 자리를 SNS가 점령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