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판결 효력 중재기구 신설
공사비 갈등 장기화 막아 사업 속도전
건설사 "입찰 전부터 사업성 보수적 검토"
정부가 국토교통부 내 확정판결 효력을 갖춘 정비사업 전문 중재기구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공사비 분쟁을 겪는 사업장들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적 구속력이 없었던 기존 분쟁조정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건설업계에선 민간 주체 간 계약에 강제력이 부여될 경우 자칫 정비사업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토부 산하 정비사업 전문 중재 기구를 신설하기 위해 오는 12월까지 관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한다.
전문 중재 기구는 공사비 분쟁과 조합·지방정부 간 인허가 이견, 관리처분계획 관련 분쟁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해당 기구를 통해 도출되는 중재안에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기로 했다. 확정판결이 나면 동일한 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없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도시정비법에는 분쟁 당사자를 중재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중재 결과에 확정판결 효력을 부여하고자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전문 중재 기구 신설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 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공사비 분쟁을 겪는 사업장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메이플자이도 시공사가 총 4916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결국 서울시의 중재 끝에 788억원만 증액하기로 합의를 보면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도 조합과 시공사가 총 공사비가 아닌 약 500억원가량의 증액분에 대해서만 공사비 검증을 받으려 하면서 입주자예정협의회 측과 마찰을 빚었다.
현재도 한국부동산원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공사비 검증 등 분쟁 조정 수단이 마련돼 있긴 하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공사비가 과도하다는 결론이 나와도 시공사가 인상을 강행하면 조합은 따를 수밖에 없다. 노량진6구역과 대조1구역 분쟁을 해결한 서울시의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 역시 중재안 자체에 강제력이 없어 당사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쟁을 종결하기 어렵다.
중재 기구가 도입될 경우 조합 측이 이전보다 협상력에서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적 다툼이 장기화 될 경우 일반적으로 조합의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조합들은 적정선에서 협상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중재 결과에 구속력이 생기면 정비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확정판결 효력을 갖는 중재안에 구속될 가능성을 고려해 시공사들이 입찰 단계부터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이견이 큰 사업장에는 입찰을 꺼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재안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면 사업 검토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특히 물가 변동이나 신규 항목의 단가 적용 등에서 이견이 명확하게 조정되지 않는 사업장은 시공사들이 입찰에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모든 판결이 3심까지 있는 것은 중간에 보완할 부분을 보완하고 양측의 오해를 줄인 뒤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제한된 기간 안에 결론을 내리게 되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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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분쟁은 자잿값 상승이나 설계 변경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측면이 큰 만큼, 민간 주체 간 협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의 설계 또는 대외변수로 늘어난 비용을 어느 정도 보전할지를 두고 협의하는 것은 민간 계약의 영역"이라며 "강제성이 생기면 오히려 사업 진행이 경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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