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앞둔 부산
조선·항만 묶어 수소 해상망 구축 나서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 실증사업 추진
LNG선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해 온 국내 조선산업이 액화수소 운반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른바 '수소엔진'과 '수소연료전지', 해상 수소 운반 등을 총망라한 미래 수소선박 신화의 서문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부산대학교 수소선박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선박 개발과 핵심 기자재 국산화에 나서며 차세대 수소 해상운송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쌓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영하 253℃까지 냉각해 부피를 크게 줄인 뒤 운송하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수소 운송 수요 확대에 대응해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2027년까지 실증 선박을 건조한 뒤 운항을 통해 기술과 안전성을 검증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의 중심에는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가 있다. 센터는 2024년부터 산업부의 국내 최초 액화수소 운반선 상용화 실증 국책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이드선급과 HMM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선박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제 인증과 실제 운항을 고려한 상용화 기반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액화수소 운반선 'Hydro Ocean K'는 수소 엔진과 연료전지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으로 개발되고 있다. 선박 설계는 마무리됐으며 액화수소 화물창 제작을 앞두고 있다. 관련 조선·기자재 기업들도 액화수소 저장과 이송에 필요한 부품 개발과 실증을 통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 개발을 실제 선박 건조와 운항으로 연결하는 단계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아직 대형 상용 선박이 없는 분야인 만큼 설계 기술만으로는 시장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제 선박을 건조하고 운항하면서 기술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수주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부산시의회가 지난 14일 개최한 '액화수소(LH2) 운송과 해양수도 부산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부산대학교 수소선박기술센터를 비롯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HMM, HD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관계자들은 액화수소 운반선의 조속한 건조와 실증 필요성을 제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 유병용 상무는 "실질적인 액화수소 건조를 통한 트랙레코드 확보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HMM 김영선 상무도 "과거 LNG 운반선 산업에서도 초기에는 국내 운항 역량에 대한 해외의 우려가 있었으나 지속적인 운항 경험을 통해 현재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액화수소 역시 초기 실증과 경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박 자체에만 있지 않다. 액화수소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생산지에서의 액화와 운송을 거쳐 저장과 공급까지 연결되는 해상 공급망이 필요하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선박과 항만 인프라를 함께 구축할 경우 조선·해운·항만·기자재 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부산신항 LNG 벙커링 부지를 LNG와 수소·암모니아 등을 취급하는 친환경 복합에너지 터미널로 확대했다. 액화수소 운반선과 복합에너지 터미널이 연결되면 부산항을 수소를 포함한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의 해상 공급 거점으로 활용할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시장 전망도 크다. 산업부는 국내 수소 수요가 2030년 390만t에서 2050년 2790만t까지 증가하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부산이 확보해야 할 것은 선박 한척이 아니라는 의미다. 액화수소 화물창과 극저온 펌프, 단열시스템, 이송배관 등 핵심 기자재부터 선박 건조와 운항, 항만의 저장·공급시설까지 이어지는 산업 기반이 필요하다.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가 최근 액체수소 저장시스템 소재·기자재 성능평가와 초저온 단열 설계 등 현장형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산업 기반을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일본은 가와사키중공업을 중심으로 고베항에서 액화수소 공급망 구축에 나섰고 프랑스는 LNG 화물창 기술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액화수소 저장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계적인 조선산업 경쟁력을 액화수소 선박 기술로 이어가는 것이 과제가 됐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이희수 PD는 "수조원의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했던 LNG 선박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액화수소 기술 선점과 세계 패권 확보는 중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의 과제도 분명하다. 현재 추진 중인 액화수소 운반선 사업은 선박 건조에 그치지 않고 지역 조선·기자재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실증 무대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예정된 선박 건조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기자재 기업들이 실제 선박에 제품을 적용해 실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이재훈 본부장은 "액화수소 산업의 본격적인 진입과 확산을 위해서는 실증·인증 인프라의 조속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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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수소 운반선은 건조 이후 미국과 중동 등 그린수소 생산국과 협력해 액화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부산이 선박 건조 기술과 항만 인프라를 연결해 실제 공급망까지 구축할 수 있느냐가 향후 수소산업에서 부산의 위상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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