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완료 세컨더리 내부 수익률 20.6%
올해 신규 7호, 정책·연기금 1550억 확보
"유니콘은 거품 속에서 나오는 것" AI 베팅
시장 예측불가…"변화에 대한 면역력" 강조

편집자주벤처투자 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풀리고 있다. 정부의 대형 정책펀드가 본격 가동되면서 대형 벤처캐피탈(VC)의 몸집도 빠르게 불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돈이 늘어난 것과 잘 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본지는 VC 시장의 흐름과 국내 주요 VC를 11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운용자산(AUM) 상위 하우스를 선정하되 PE 비중이 높은 곳은 제외했다. 시장 전체를 조망한 뒤 각 사의 성장 궤적과 대표 포트폴리오, 투자 철학과 의사결정 구조, 핵심 인물과 조직 문화를 들여다본다.
[대형VC 대해부]②'53조 만기 폭탄' 구원투수 자처한 IMM인베…"세컨더리 손실 0회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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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국내 벤처펀드의 만기가 무섭게 줄줄이 돌아온다. 2019~2022년 조성된 물량이 53조원, 이 가운데 올해 상환 시점에 닿는 것만 17조원이다. 만기를 맞은 펀드는 보유 지분을 팔아 현금으로 바꿔야 출자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다. 그 지분을 사들이는 쪽이 세컨더리 펀드다. 그런데 국내 세컨더리 벤처펀드는 대부분 500억원 미만으로 조성돼 있다. 수천억원대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정리하려 할 때 받아줄 그릇이 마땅치 않은 환경이다.


그 빈자리에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IMM인베스트먼트다. 올해 하드캡(결성 상한) 30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에 나섰다. 일곱 번째 세컨더리 시리즈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체급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연기금 등 정책자금 1550억원이 이미 들어와 있다. IMM인베스트먼트관계자는 "VC 회수 채널 가운데 장외 매각 비중이 가장 큰 상황에서 만기 도래 펀드의 유동화 수요를 흡수하고 회수 자금을 재투자로 돌리는 대형 세컨더리 펀드의 역할이 커졌다"며 "세컨더리 라인업을 계속 확대해온 배경이자 정책기관들이 회수시장 출자를 늘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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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인베스트먼트의 세컨더리 펀드에 정책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앞선 펀드들의 성적이 깔려 있다. 지난 6월 청산한 세컨더리 벤처펀드 3호는 원금의 1.96배를 돌려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청산이 완료된 세컨더리 펀드들은 평균 1.8배로 돌려줬고, 내부수익률(IRR)은 20.6% 수준"이라며 "손실로 끝난 펀드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9년 들고 있었던 55억…11.4배로 돌아오다

IMM인베스트먼트는 벤처투자·그로쓰에쿼티·인프라 3개 본부로 짜여 있다. 벤처투자본부는 2024년 개편으로 초기·기술기업, 그로쓰, 세컨더리 조직으로 다시 갈렸다.


투자 기준에서 최근 3년새 바뀐 것은 세 가지다. ①인공지능(AI) 전환 밸류체인처럼 구조적 변화의 수혜가 분명한 영역에 자원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②기업공개(IPO) 외에 세컨더리와 전략적 매각까지 회수 시나리오를 투자 검토 단계에서 미리 짜두는 것, ③벤처 단계에서 쌓은 기업 이해를 후속 투자와 그로쓰에쿼티로 넘기는 협업 체계의 제도화다. 대표 포트폴리오인 크래프톤 투자가 이 전략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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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본부는 2009년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에 55억원을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재무 지표만 봐서는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사회에 들어가 개발 진척을 직접 확인하며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 후속 투자를 집행했고, 2018년에는 그로쓰에쿼티투자본부가 프리(Pre)-IPO 라운드에 참여했다. 벤처 부문이 9년간 지켜본 기업을 그로쓰 부문이 이어받았다.

회수도 한 번에 하지 않았다. 2018년 크로스보더 제3자 매각으로 일부를 먼저 정리해 상장 일정에 성과를 전부 걸지 않도록 했고, 2021년 상장과 상장 후 세컨더리 매각으로 나머지를 털었다. 최종 성과는 벤처 부문 기준 멀티플 11.4배, IRR 109%였다.


같은 방식은 다른 딜에서도 반복됐다. 에이피알은 2019~2020년 투자해 202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전량 매각하며 10배, IRR 69%를 거뒀다. 시프트업은 2022년 시리즈C 라운드에 들어가 2024년 상장과 함께 500억원을 회수했다.


투자 대상의 '선택과 집중'…기술자·의사·약사 등 전문가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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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상을 고를 때 이 회사가 보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트렌드를 먼저 보고, 그 트렌드를 헤쳐 나갈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기업)인지를 본다"며 "창업자 주변에 우수한 인력이 '끝까지 같이 가보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모이는지가 핵심이고, 이건 AI로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분산보다 집중을 택하는 것도 특징이다. 정 대표는 "모든 분야에 힘을 나누는 백화점식 투자가 아니라 트렌드를 예측해 한발 앞서 준비하는 선택과 집중"을 핵심 원칙으로 꼽았다.


인력 구성도 일반적인 VC와 다르다. 벤처투자본부에는 반도체·AI 전공자와 의사·약사 출신, IPO 전문가가 배치돼 있다. 세컨더리 조직은 더 이질적이다. 운용 인력 6명 가운데 4명이 증권사, 1명이 한국거래소 출신이다. 구주를 사고파는 일이 벤처투자보다 자본시장 업무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성과보수는 회사가 펀드로부터 실제로 수령한 뒤에야 운용 인력에게 배분한다. 운용 인력은 자신이 굴리는 펀드에 직접 출자하며, 회사는 이를 위한 임직원 대출 규정을 두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투자를 실행한 심사역이 회수까지 책임지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거품론' 정면돌파…"변화에 대한 면역력 생존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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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이뤄 KKR과 함께 SK그룹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했다. KKR이 29%, 컨소시엄이 20%를 나눠 갖는 구조다. KKR이 1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컨소시엄 몫도 조 단위다. 운용 중인 자산 10조1000억원에 견주면 단일 거래로는 꽤 무거운 편이다.


AI 밸류에이션 부담을 두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정 대표는 "AI 산업에는 버블이 있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한다. 거품 속에서 대담하게 도전하고 부딪쳐야 그 안에서 원천 기술과 유니콘이 걸러진다는 것이다. 기존에 투자한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AI의 몸값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술력과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며 잘라 말한 이유다.


다만 특정 섹터 쏠림은 회사도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AI·딥테크로 자금이 집중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내부적으로도 인지하고 관리하고 있다"면서 "섹터 분산과 진입구조를 통한 하방 방어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 부문에서 AI 외에 바이오·헬스케어와 컨슈머, 반도체, 우주·항공, 로보틱스를 병행하고, 상환전환우선주 같은 구조화 수단으로 하방을 막거나 성장이 검증된 기업에는 세컨더리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올해 신규 투자도 카카오헬스케어(디지털 헬스케어)와 이노크라스(암 정밀진단), 홀리데이로보틱스(로보틱스), 코스모비(우주·항공)로 나뉘었다.


정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이 상시로 존재하는 상시 독감 체제"라고 비유하면서 "결국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는 체력, 변화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생존의 핵심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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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계속>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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