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무너져야 천재지변인가요" 물난리 거제서 '환불 거부' 논란
극한호우에 산사태·도로 침수
여행객 "숙소까지 가는 길도 안전해야"
펜션 측 "지역 전체 피해 아냐" 주장도
천재지변 환불 기준, 개별 상황 따져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경남 거제에서 여행을 앞둔 이용객들이 숙박 예약 취소 문제를 두고 일부 펜션 측과 갈등을 빚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숙박시설 자체에는 피해가 없다는 업주 측 입장과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이용객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17일 소셜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거제 지역 펜션을 예약했다가 집중호우를 이유로 일정을 취소하려는 과정에서 환불을 거부당하거나 수수료를 요구받았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관련 사연은 복수의 온라인 게시글과 보도를 통해 확산했다. 당시 거제의 기상 상황은 심각했다. 이날 새벽 거제에서는 한때 시간당 116.8㎜의 극한 호우가 관측됐고, 당시 집계된 이틀간 누적 강수량만 809.8㎜에 달했다.
이후에도 비가 이어지면서 지난 15일부터 18일 오전까지 거제에 내린 비는 900㎜를 훌쩍 넘어섰다. 실제 피해도 속출했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가 아파트를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고, 도로와 주택 침수, 토사 유출, 차량 고립 등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소방청은 거제와 통영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구조·복구 인력을 투입했다. 거제시는 폭우 당시 주요 도로와 버스터미널 침수로 시내·시외버스 운행이 어렵다고 긴급 안내하기도 했다. 하천 범람과 저수지 월류, 산사태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부 주민에게는 외출 자제와 대피 안내가 내려졌다.
"우리 펜션은 멀쩡하다"…여행객들 "가는 길은요?"
이 가운데 18일 거제 여행을 예정했던 한 이용객은 현지 호우 피해를 확인한 뒤 숙소 측에 취소를 요청했지만 "거제 전체가 물난리가 난 것은 아니다" "펜션은 멀쩡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이용객은 펜션 측이 SNS 등에 올라온 피해 모습과 실제 숙소 주변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면서 주변 도로와 거가대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용객은 "펜션이 무너져야 천재지변이냐"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숙소 자체에 피해가 없더라도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서 침수나 낙석, 산사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여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19일 거제 학동 일대 방문을 예정했다는 다른 이용객들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일부는 펜션 측으로부터 현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고 이동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고, 또 다른 예약자는 숙박 예약 플랫폼을 통한 예약이라는 이유 등으로 취소 수수료를 안내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주장은 현재까지 이용객들의 주장으로 개별 숙박업소의 계약 내용과 구체적인 대응 경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이용객 측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단순 변심으로 취소하는 것과 재난 때문에 취소하는 것은 다르다" "숙소 건물이 멀쩡한 것과 그곳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은 별개다" "사고가 난 뒤 책임질 수 있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여행객에게 숙소까지 이동할 책임을 전적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대규모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사업자도 진입도로와 교통 통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환불과 수수료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펜션 측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18일 일부 도로 정상화됐지만, 곳곳은 여전히 통제
다만 폭우 직후와 복구가 진행된 뒤의 상황에는 차이도 있었다. 18일 오전 호우 특보가 전면 해제되면서 거제시는 일부 지하차도와 통제구간을 제외한 시내·시외버스 전 노선을 정상 운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숙박업소 측이 "모든 지역의 이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7시 기준 경남에서는 11개 도로가 여전히 통제되고 있었고, 이 가운데 거제경찰서 관할만 고현동 버스터미널~수협 구간과 장승포 해안도로 등 6곳에 달했다. 기록적인 비로 지반이 약해진 탓에 거제시와 경남도 역시 산사태와 추가 토사 유출 가능성을 경고하며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거제와 통영에서는 이번 폭우로 274세대 498명이 한때 대피했으며, 18일 오전 6시30분 기준 거제 주민 217명을 포함해 245명이 여전히 임시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폭우면 무조건 전액 환불? '이동 불가' 여부가 쟁점
그렇다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 숙박비를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한국소비자원의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기후변화나 천재지변으로 소비자가 숙박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숙박업소를 이용할 수 없어 숙박 당일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계약금을 환급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 등도 판단 요소가 된다.
다만 '폭우가 내렸다'거나 '여행하기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예약에 전액 환불 규정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숙박일 당시 해당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한지와 시설 이용이 가능한지, 교통이 공식적으로 통제됐는지, 예약 플랫폼과 숙박업체 약관이 어떻게 돼 있는지 등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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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 또는 권고 기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예약 내역과 취소 요청 시점, 기상특보와 재난 문자, 도로 통제 자료, 사업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확보해 소비자상담센터 등을 통해 상담받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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