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앞당긴 청년 실업…신규채용 청년 비중 30% 아래로
한은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보고서
AI 고노출 업종서 청년 일자리 94% 줄어
기업 신규 채용 줄이고 기존 근로자 이탈까지
경력사다리 단절 뚜렷…"인재양성 정책 전환필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신입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신규 취업자 중 청년층(15~29세) 비중은 최근 2년 동안 30% 아래로 떨어졌고, 기존 청년 근로자의 이탈률도 늘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대학 졸업 등 고학력이 요구되는 전문직군에서 두드러졌다. 그동안 신입들이 맡아온 자료 정리·문서 작성 등 초급 업무부터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인데, 결국 AI 시대에 맞춰 청년들의 경력사다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고용정책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AI 도입, 청년층 고용시장 충격 뚜렷…채용문 좁아지고, 실직도 늘어
한국은행이 18일 내놓은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사다리와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채용 시장에서 청년층 비중은 최근 2년간 가파르게 하락했다. 팬데믹 이전(2014~2019년) 평균 36.9%에서 최근(2024~2026년)에는 29.3%까지 떨어졌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AI가 주요 고용지표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않고 있지만, 유독 청년층 비중이 감소하는 현상만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고노출 업종)에서 더욱 뚜렷했다.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2022년 7월~2026년 6월)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는데, 이 중 94%(26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가 늘었고, 이 중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좁아진 신규 채용문은 청년층의 실업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청년층이 타격이 더 컸다. 과거에는 4년제 대학 졸업자와 전문대 졸업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이 비슷했으나, 생성형 AI 출시 이후 격차가 벌어지면서 4년제 대졸 청년층의 실업률은 7.0%로 확대돼, 전문대졸 이하(5.4%)를 1.6%포인트 웃돌았다. 이는 고학력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되는 업종이 많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생성형 AI가 대졸자들이 주로 수행하는 인지적·분석적 업무를 우선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고학력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AI 확산은 기존 청년 근로자의 이탈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AI 고노출 업종에서 실직한 청년층은 2016~2019년 3만7000명에서 최근 4년간 4만9000만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오 팀장은 "청년들이 취업 이후 고용을 유지하면서 경험과 숙련을 축적하는 과정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AI 시대, 고용정책도 바뀌어야…단순 채용 지원 → 경력사다리 재설계
기업의 AI 도입이 고학력 전문직의 초급 업무부터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지만 청년층의 고용 한파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청년고용 부진을 AI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한은 연구진은 강조했다.
오 팀장은 "팬데믹 이후 과잉 채용이 정상화되고, 재택근무가 확산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또한 원래부터 경력직 채용 선호 분위기가 있었고, 기업 내부교육이 약화하고 경력사다리가 단절되는 모습이 있었는데, 기존의 채용·업무방식의 변화를 AI가 가속화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AI 도입이 확산될수록 청년고용 위축 현상이 지속될지도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오 팀장은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적응력이 높은 것이 청년층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주요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기업 역시 값싼 비용 때문에 인재 파이프라인을 훼손하는 방식을 장기화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AI와 협업이 가능한 인재를 키우고, AI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직무 재설계 등으로 조직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의 고용정책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기존 초급 일자리를 보전하는 지원보다는 청년이 AI와 함께 경력사다리를 재설계하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채용보조금보다는 인재양성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AI 시대에 맞는 직업훈련을 만들고, 기업 훈련·멘토링 비용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등 '경력형성 지원금' 설계를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도입 방향성에 대한 재점검과 인적자본투자와의 조세 중립성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팀장은 "기술에 대한 자본투자에는 세금 등 여러 혜택이 많은데, 생산성 효과가 작으면서 근로자만 대체하는 그저그런 자동화가 과도하게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인재 훈련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볼지, 기술투자와 인재투자 간의 정책적 유인이 균형적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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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조사에 따르면 AI가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던 반면,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증강' 방식으로 활용하는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 팀장은 "AI 도입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에 따라 향후 고용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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