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3380곳 중 1934곳 영향권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병원이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에서 빠지면서 세제 개편을 둘러싼 재정당국과 병원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병원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병원을 공제 대상에서 전면 배제한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승계가 막힌 병원들이 결국 폐업이나 매각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 재산의 상당 부분은 토지와 건물, 수술실과 중환자실, CT·MRI 같은 진료용 비유동자산에 묶여 있다. 공제 없이 상속세를 내려면 진료에 쓰이는 자산 자체를 팔거나 빚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산 처분은 곧 병상 축소나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상 병원 상당수가 지방에서 분만과 소아 진료, 응급 수술 등을 맡고 있어 결국 필수의료 공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병원 승계를 재산의 대물림이 아닌 "책임의 연속성"이라 말하며 승계가 끊길 때 피해가 소유자를 넘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발표된 정부안을 보면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지만 적용 업종 분류가 대분류에서 세세분류로 바뀌면서 병원과 약국을 비롯해 마트,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등이 대상에서 빠졌다. 전체 1205개 업종 가운데 727개만 남는다. '가업'의 개념도 특허권과 영업비밀, 숙련기술 등을 보유한 기업으로 새로 규정되고, 민관 심사위원회 승인을 거치는 방식이 도입된다. 피상속인 경영기간은 10년에서 30년, 상속인 사전 종사기간은 2년에서 5년, 사후관리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각각 강화된다. 원안대로 처리되면 2027년 7월 1일 이후 개시되는 상속분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형평성을 근거로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당감면 축소는 조세 정상화의 길"이라고 밝혔고 임광현 국세청장은 가업의 정의가 불분명해 부동산 비중이 큰 사업까지 공제를 받아온 구조적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현금 '8000만원'만 있어도 '서울 신축 아파트' 가...
적용 범위도 쟁점이다. 전국 병원 3380곳 가운데 1934곳(57.2%)이 영향권에 들고, 종합병원은 338곳 중 87곳이 해당한다. 이들 상당수는 입원과 수술, 응급실, 중환자실을 갖춘 지역 필수의료 거점으로, 정부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과 필수특화 기능 강화 지원사업 대상 병원도 다수 포함돼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