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자금공백 최대 2조3407억
대형·중소 제작비 격차 29배
아이돌 45% 데뷔 3년 내 이탈
정부, 민간자본 유입 펀드 확대
저작권·IP 문화금융 대안 부상

리센느.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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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질주하고 있지만 다음 스타와 작품을 키울 자금줄은 마르고 있다. 국내 콘텐츠기업의 자금조달 공백은 연간 최대 2조원을 웃돈다. 창작자와 제작사가 흥행 가능성을 입증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저작권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민간 투자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음악산업 매출은 전년보다 15.8%, 수출은 32.4% 증가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와 중소 제작사의 투자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2023년 대기업의 연평균 음악 제작비는 431억1000만원으로 중소기업 평균 14억9000만원의 약 29배였다. 해외 공연도 대기업은 연평균 83.4회, 중소기업은 4회에 그쳤다.

걸그룹 리센느의 사례는 중소 제작사의 현실을 보여준다. 2024년 8월 발표한 '러브 어택'은 약 2년 만인 지난달 멜론 '톱100' 정상에 올랐고, 리메이크곡 '프리티 걸'로 음악방송 1위도 차지했다. 초기 성적만으로 투자가 끊겼다면 이런 반전은 어려웠다. 소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약 5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신인 그룹이 수익을 내기까지는 연습생 교육과 앨범·뮤직비디오 제작, 마케팅 등에 수년간 투자가 필요하다. 김진우 RBW 대표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간담회에서 "앨범 한 장에 15억원을 들여 1년에 한두 장씩 발매하면 3년간 약 100억원이 필요하다"며 위험을 분산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는 여러 사업의 수익으로 일부 아티스트의 부진을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 업체는 초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앨범을 만들기 어렵다. 아티스트의 잠재력보다 소속사의 자본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다.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가 1996~2025년 데뷔한 K팝 아이돌 1182팀을 분석한 결과, 3년 뒤에도 활동한 그룹은 55.03%에 불과했다. 이탈률은 5년 이내 약 63%, 10년 이내 약 82%였다. 중소 기획사에는 '마의 7년'이 사실상 '마의 1~3년'으로 앞당겨진 셈이다.


자금난은 K팝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4년 국내 콘텐츠산업의 자금조달 공백을 최소 1조6348억원으로 추산했다. 필요한 자금의 일부만 확보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2조3407억원에 이른다.


2년 만에 빛 본 리센느…중소기획사 '버틸 돈'이 없다 원본보기 아이콘

콘텐츠기업은 저작권과 IP, 창작자의 역량과 팬덤 등 무형자산을 기반으로 성장하지만 금융권은 담보와 신용도, 과거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도 작품으로 만들기 전에 자금 조달의 벽에 부딪히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7318억원 규모의 콘텐츠 정책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와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K컬처 밸류업 펀드'를 발표했다. 정책금융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안전망이지만 산업 전체를 정부 자금만으로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저작권과 IP의 미래 수익을 투자자산으로 바꾸는 '문화금융'이다. 제작사는 민간 투자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콘텐츠 수익을 투자자와 나눈다. 회수된 자금이 신인과 신규 작품에 다시 투입되면 산업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뮤직카우가 음악 저작권료를 기초자산으로 신탁수익증권을 발행·거래하며 음악 IP와 금융시장을 연결하고 있다. 투자자는 보유 비율에 따라 저작권료 수익을 받고, 창작자와 권리자는 미래 저작권료를 유동화해 제작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료 징수액은 2023년 4065억원에서 지난해 4453억원으로 늘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국내 음악수익증권 시장의 잠재 가치를 최대 22조6615억원으로 추산했다. 최근 증가세를 반영하면 최대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뮤직카우는 개별 음원의 증권 거래를 넘어 제작시장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뮤직카우인베스트는 지난 7월 400억원 규모의 '음원 IP 펀드 1호'를 조성하기로 했다. 성과에 따라 1000억원 이상의 후속 펀드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음원의 저작권 거래에 그쳐서는 제작 현장의 자금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신규 IP의 기획·제작 단계부터 자금을 공급하고 흥행 수익이 신인과 차기 작품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객관적인 IP 가치평가 기준과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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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정부 보조금과 단기·소액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과 해외 자본을 제작시장으로 끌어들일 문화금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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