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의설계]"심사 끝난 뒤 골대 옮기면 안 돼"…식약처 반려처분 뒤집은 광장
식약처 품목허가 반려처분 취소소송 1심 승소
법원 "사후 요건 요구는 법률유보원칙 위배"
"사전에 설정된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심사가 다 끝난 뒤에 갑자기 골대를 옮기면 안 되는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 헬스케어 그룹의 공동 팀장을 맡고 있는 박금낭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는 1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리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낸 품목허가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1심 승소를 끌어낸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식약처의 재량과 전문성은 인정하지만, 이번 사건은 규범적 가치판단이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가 반려처분을 했던 치료제는 2005년부터 약 16년에 걸쳐 개발된 자가지방유래 줄기세포치료제다. 환자 252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공동 1차 평가변수들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 그런데 식약처는 2021년 8월 첫 신청 이후 '임상적 유의성이 부족하다'며 두 차례에 걸쳐 반려처분을 내렸다.
가장 큰 쟁점은 임상적 유의성에 대한 해석이었다. 식약처는 3상 임상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임상적 유의성은 별개 개념이라며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과 구조적 개선, 장기효과 자료까지 추가로 요구했다.
박 변호사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강동혁 변호사(31기), 약사 출신 황세연 변호사(변시 9회), 유전공학을 전공한 전형미 변호사(변시 10회) 등 광장 헬스케어 그룹은 임상시험계획서와 통계분석계획,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런 기준이 사전에 정해진 적이 없다는 점을 밝혀냈다. 결국 재판부는 3상 임상시험에서 사전 승인된 검증가설이 통계적으로 입증되면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언·체계상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판단했고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요건으로 삼는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직원 120명 근무하는 서울 본사 포기, 동해시로 ...
예측 가능성도 쟁점이었다. 식약처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근거로 새로운 자료와 기준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장은 해당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재생의학 첨단치료제(RMAT) 및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은 사실을 참고자료로 냈고, 가설 설정부터 평가변수·통계분석계획·판정 기준·실제 결과 순으로 임상시험 구조를 재판부에 설명했다. 재판부 역시 약사법이 안전성·유효성만 요구할 뿐 기존 의약품 대비 우월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설계 당시 필요 없다고 했던 요소를 사후 요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1심 판결은 식약처 재량권 행사에도 객관적 기준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사건은 식약처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2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1심 판결의 논리 자체는 세포치료제·재생의약품을 준비 중인 국내 바이오기업들에 실질적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연구개발과 임상, 품목허가, 보험급여, 지식재산권, 각종 분쟁까지 제약·바이오 기업이 겪는 전 과정을 함께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적 쟁점과 법적 쟁점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나의 전략으로 풀어낸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