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봇 본사 현지 연쇄 방문
유니트리 19일 중국 증시 상장..애지봇도 상장추진
유니트리, 인간만큼 빠르고 높이 뛰는 로봇 공개
애지봇, 데이터센터선 수백대 로봇이 행동 데이터 생산
로봇 물량 공세가 자본 시장 공세로 이어지나 주목
삼성·LG도 레인보우·애지봇에 베팅…美 규제는 韓에 추격 기회

유니트리는 상장 이틀 전인 17일 2m 높이 제자리 뛰기를 할 수 있는 로봇 '슈퍼맨'을 영상으로 전격 공개했다. 이 로봇은 3개월만에 제작됐다고 회사측이 밝혔다. 출처=유니트리 유튜브

유니트리는 상장 이틀 전인 17일 2m 높이 제자리 뛰기를 할 수 있는 로봇 '슈퍼맨'을 영상으로 전격 공개했다. 이 로봇은 3개월만에 제작됐다고 회사측이 밝혔다. 출처=유니트리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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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증시 상장을 앞두고 중국 현지 로봇 기업들을 직접 둘러본 뒤 가장 위협적으로 다가온 것은 점프와 춤, 달리기 실력이 아니었다. 로봇을 대량으로 만들어 움직이게 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인공지능(AI)에 집어넣는 속도였다. 유니트리가 하드웨어 양산 능력과 수익성을 앞세워 자본시장에 진입한다면 중국 로봇 산업은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확보와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찍으면 안 됩니다."


17일 서울대 AI CEO 과정 5기 원우들이 중국 상하이 애지봇의 데이터 수집센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받은 요청이다. 대규모 건물 안에는 수백 대의 로봇이 구역별로 배치돼 있었다. 로봇들은 물건을 집고 옮기고 내려놓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사람이 원격조작 장비로 팔과 손을 움직이면 로봇이 동작을 따라 하고, 그 과정은 데이터가 됐다. 이 정도 규모의 로봇을 한 곳에 모아 행동 데이터를 생산하는 시설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옷 접기, 찻잔 따르기, 물류는 물론 제조현장에 필요한 작업까지 학습하고 있었다. 가정집이나 편의점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도 있었다. 애지봇 관계자는 "고객이 요청한 작업에 대해 데이터를 생산해 공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집한 데이터를 정제·가공하는 레이블링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관계자는 "3분의 2 정도의 인원은 데이터 학습에, 3분의 1은 우수한 데이터만 골라내는 레이블링을 한다"고 했다. 이 건물에서만 수백 명이 로봇의 지능을 끌어올리는 데 투입돼 있었다.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은 인터넷의 글과 이미지로 배웠지만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는 다르다. 컵을 어느 정도 힘으로 쥐어야 하는지, 손에서 미끄러진 물건을 다시 잡기 위해 손가락과 팔의 힘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는 인터넷 데이터만으로 배우기 어렵다.


애지봇의 로봇이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박스에 포장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애지봇의 로봇이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박스에 포장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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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 중 처음 접한 물체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로봇도 있었다. 학습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물체로 보였다. 이런 시행착오 역시 로봇팔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영상 데이터로 쌓인다. 애지봇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 손과 그리퍼에도 집중하고 있으며 손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회사도 두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 피지컬 AI의 경쟁은 단순한 '로봇 물량전'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있었다. 로봇을 많이 만들어 학습할수록 실제 데이터가 늘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AI가 똑똑해진다. 원우들은 2023년에 출발한 회사가 이 정도 규모로 성장한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이 같은 중국 로봇 산업의 성장세는 유니트리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으로 확장된다. 19일 상장하는 유니트리는 공모가를 주당 150.8위안으로 정하고 61억위안을 조달했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610억위안으로 약 12조8000억원이다.


유니트리는 사족보행 로봇과 춤추는 인간형 로봇으로 잘 알려진 중국 로봇 업계 1위 기업이다. 애지봇이 행동 데이터 확보와 AI 학습에 집중한다면 유니트리는 로봇 하드웨어의 양산과 상용화에 강점을 두고 있다. 중국이 하드웨어와 데이터 양쪽에서 로봇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표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난 14일 시가총액은 9조7193억원이다. 상장 후 유니트리 주가가 상승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매출 341억원, 영업손실 24억8000만원을 기록했지만 유니트리는 매출 약 3588억원, 순이익 약 1242억원을 냈다.



한국 대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애지봇 쇼룸 한쪽 유리 진열장에는 'LG전자·에지봇 전략적 업무협약(MOU)식'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애지봇이 LG전자와의 협력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삼성전자도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를 확보한 뒤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율을 35%까지 높이고 최대 주주가 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과 삼성의 AI·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미국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외국에서 생산된 첨단 로봇을 국가안보 우려 장비 목록에 추가했다.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 등이 대상이다. 급성장하는 중국 로봇을 겨냥한 조치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3%를 미국에서 올렸다.


2m 점프하는 로봇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유니트리' 현지공장서 확인한 핵심 경쟁력[르포] 원본보기 아이콘

이는 한국에는 역설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양산·가격·데이터 경쟁력을 따라잡으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공급망과 데이터 보안까지 충족한다면 한국 로봇이 중국산을 대신할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전문가인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우리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로봇을 학습시키는 인간의 노동도 중요해 보인다"며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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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의 종착지는 역시나 댄스였다. 애지봇의 로봇은 현란한 춤과 우슈 동작을 선사해 참석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원우들이 한국에 도착한 17일 저녁, 유니트리는 2m를 제자리 점프하고, 최고 속도 초속 12.66m로 달린 이족로봇 '슈퍼스타'를 공개했다. 상장을 앞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상하이(중국)=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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