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갑작스레 직권면직됐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며 경질 사유를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통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사령탑 공백이라는 불확실성을 만든 건 아쉽다.
통상 협상은 한 사람의 개인기가 아니라 축적된 전략과 자료, 조직으로 진행된다. 산업부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곧바로 미국을 찾았다. 차분하게 공백을 메우면 될 일이므로 이번 일을 통상 위기로까지 해석하는 건 과하다. 다만 사령탑을 오래 비워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당장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놓고 미국은 이행을 서두르고 있고 우리 정부도 첫 프로젝트 선정을 협의 중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무역법 301조로 조사하고 있다.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다른 현안과 뒤섞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거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우리가 만든 인사 공백 때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급한 것은 후임자를 빨리 임명하는 일이다. 만약 경질 사유가 업무와 무관하다면 정부도 어느 시점부터는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고, 후임자 물색과 인수인계 역시 준비했어야 한다. 신임 본부장이 쟁점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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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한 명의 거취로 한미 협상이 흔들릴 만큼 우리 통상 시스템이 허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장기간 공백이 없어야 한다. 통상전에서 중요한 것은 돌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략의 연속성 그리고 상대국에 불필요한 신호를 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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