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파이어포인트'
CEO 조명…가구업체 운영 중 전쟁 겪어
"FP-1 드론, 러 본토 타격 60% 담당"
토마호크 6분의 1 값에 미사일 대량생산

총격을 뚫고 어머니를 대피시켰던 우크라이나의 한 가구업체 대표가 4년 만에 자국 주력 방산기업의 무기 개발을 총괄하게 됐다.


파이어포인트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리나 테레흐. 인스타그램

파이어포인트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리나 테레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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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개전 5년 차를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지 시민들의 삶을 180도 바꿔놓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파이어포인트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리나 테레흐(34)를 소개했다. 그는 원래 야외용 벤치와 화분을 짜는 가구업체를 운영하며 도시 공용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꿈꿨다.

전환점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어머니가 머물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로 밀려들던 때였다. 러시아군은 이후 부차에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험을 계기로 테레흐는 콘크리트 대전차 방어벽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파이어포인트 설립자 데니스 슈틸레르만에게 영입돼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 개발을 맡았다.


미사일 작동 원리는 독학으로 익혔다. 구소련 시절의 매뉴얼을 직접 공부했고, 90대 로켓 과학자를 고문으로 고용해 연구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투입으로 이 회사가 드론 날개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기존 6일에서 2시간 30분으로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전투 임무를 위해 발사된 FP-1 드론.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투 임무를 위해 발사된 FP-1 드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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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포인트가 개발한 FP-1 드론은 2100마일(약 3450㎞)에 달하는 사거리를 갖췄다. 테레흐에 따르면 러시아 본토의 깊숙한 목표물(정유시설, 탄약고 등)을 때린 타격의 약 60%를 이 드론이 담당하고 있다. FP-1은 대당 5만 5000달러(약 7800만원)에 하루 100대가량 만들어진다고 한다.


테레흐가 함께 개발을 주도한 1134㎏급 탄두의 FP-5 순항미사일 '플라밍고'도 대당 60만달러(약 8억 5000만원) 수준으로,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약 350만달러)의 6분의 1에 못 미친다. '플라밍고'라는 이름은 시제품 발사 과정에서 붙었다. 떨어진 파편을 수거하기 쉽도록 기체를 분홍색으로 칠한 것이 계기였다. 일부 직원은 "여자가 방위산업체를 맡으니 분홍색 미사일이 나온다"고 비아냥댔으나, 플라밍고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능력을 뒷받침하는 최대 전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어포인트는 다음 단계 무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사거리 850㎞의 FP-9 탄도미사일이 올가을 첫 비행을 앞두고 있고, 미국산 패트리엇을 대체할 값싼 요격체로 FP-7.x도 개발 중이다. 테레흐는 지난 3일 미국 군사전문매체 '더워존' 인터뷰에서 독일 방산기업 딜 디펜스와 플라밍고 공동생산을 협의하고 있다며 "협상을 먼저 제안한 쪽은 딜"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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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흐는 WSJ에 "러시아의 침공이 없었다면 결코 무기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테레흐와 같은 길을 택한 사람이 적지 않다"며 "전직 플로리스트는 드론 조립공이 됐고, 곡예비행 조종사는 군 조종사가 됐다. 장난감 공장은 모형 무기를 찍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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