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중부 연안 지각 변형 장기간 축적
과거 대지진 이후 축적에너지 20%만 방출
"발생 시점 예측은 불가능"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에서 규모 7을 넘는 강진이 잇따르면서 남미 지역의 지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루 중부 연안에 축적된 에너지로 향후 규모 8.5~8.8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17일(현지시간)콜롬비아 페레이라에서 지진으로 건물 일부가 무너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콜롬비아 페레이라에서 지진으로 건물 일부가 무너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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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 UPI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잇달아 강타한 강진으로 남미의 지진 위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6월24일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후 47일 만인 지난 10일 콜롬비아 서부에서도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주변 국가에서도 대형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페루 재난위험평가·예방·감축센터에 따르면 페루는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

페루 국립 산마르코스대 지진학자인 세사르 히메네스 틴타야 교수는 현지 라디오 방송 RPP와의 인터뷰에서 1746년 발생한 초대형 지진 이후 페루 중부에 축적된 에너지 가운데 지금까지 방출된 것은 약 20%에 불과하다며 "페루 중부에서 규모 8.5~8.8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난위험·기후변화 전문가인 파비올라 바레네체아 인터지오그래픽재단 사무총장도 이같은 우려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레네체아 사무총장은 UPI에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는 나스카판이 계속 남아메리카판 아래로 들어가고 있으며 두 판이 강하게 맞물린 지역에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지각 변형이 축적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페루 남부와 칠레 북부,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남부를 꼽았다.


다만 바레네체아 사무총장은 "어디에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는 파악할 수 있지만,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1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페레이라에서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진 한 주거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페레이라에서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진 한 주거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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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대형 지진 발생 …"인과관계 있는 건 아냐"

최근 대형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남미가 지진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몇 주 사이 여러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지진 활동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발생한 지진들의 시점은 비교적 가까웠지만 서로 다른 지각 운동에 의해 발생했고,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바레네체아 사무총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 여러 차례 큰 지진이 관측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남미에서 이례적인 지진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진은 시간에 따라 고르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한 시기가 이어지다가 몇 주 사이 여러 차례 대형 지진이 집중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칠레 안드레스베요대의 레이날도 샤리에르 지질학 교수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지진은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의 상호작용과 관련돼 있다. 카리브판은 남미 대륙 북쪽 가장자리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이동하고 남아메리카판은 서쪽으로 움직이면서 베네수엘라 북부에 마찰대와 대형 단층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카-안콘, 산세바스티안, 엘필라르 단층이 있으며 이 단층대는 약 1000㎞ 이상 이어져 있다. 단층의 이동 속도는 연간 약 20~30㎜지만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샤리에르 교수는 "마찰로 인해 단층이 수십 년 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고정될 수 있으며 저항 한계를 넘어서면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812년과 1900년, 올해 발생한 대형 지진들이 이들 단층과 관련돼 있다며 평균 발생 간격은 약 100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콜롬비아 지진은 발생 원인이 달랐다. 이번 지진은 태평양 아래 나스카판 내부에서 깊이 약 106㎞ 이상 지점에서 발생했다. 나스카판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일부로 남아메리카판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베네수엘라 지진의 진원 깊이는 약 19㎞이었다.


샤리에르 교수는 콜롬비아 지진에 대해 "판이 아래쪽으로 휘어지는 과정에서 파열이 발생한 판 내부 지진으로, 일반적으로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바레네체아 사무총장은 두 지진이 서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큰 지진이 지각 내부의 기존 응력 상태를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바레네체아 사무총장은 "지진은 지각의 응력 분포를 변화시키며 대형 지진의 경우 수백~수천㎞ 떨어진 곳에서 작은 지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돼 있다"고 말했다.

"추가 대형 지진 예측은 불가능"

다만 이같은 영향이 페루나 칠레에서 또 다른 대형 지진을 촉발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바레네체아 사무총장은 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이후 또 다른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현재 기술로 예측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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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는 과거에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진이 발생한 바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10년 칠레에서는 규모 8.8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2007년 페루 피스코 지역에서도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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