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임성신 한국항공우주산업 AI개발실장
항공·방산 AI '카일럿' 실증 중
유무인 연결하는 두뇌 역할
안보 직결, 독자개발은 필수적

편집자주K산업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격랑 속에서도 묵묵히 내일을 설계하는 차세대 기술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이자 미래의 한국을 먹여 살릴 진정한 주역들입니다. 아시아경제는 이들의 혁신적인 기술 세계와 미래 비전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 'K산업, 미래설계자들'을 연재합니다. 열네번째 주인공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항공·방산 특화 인공지능(AI)을 개발 중인 임성신 AI개발실장입니다.

전투기 KF-21이 적의 위협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 이때 인공지능(AI) 무인기들이 KF-21 보다 먼저 위험지역으로 들어가 주변을 정찰한다. 또 다른 AI 무인기는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KF-21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AI 무인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수집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KF-21 조종사에게로 모인다. 조종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전장 전체를 바라보며 어디로 갈지, 무엇을 우선으로 수행할지, 언제 임무를 중단할지 판단 내리는 일에 집중한다.


유무인복합체계가 완벽히 구현된 미래 공중전의 한 장면이다. 'AI 조종사(파일럿)'는 인간 조종사를 지원하며 전방에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조만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의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KAI는 전투기, 무인기, 회전익기, 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다양한 공중 플랫폼에 탑재되는 항공·방산 특화 AI '카일럿(KAiLOT)'을 독자 개발 중이다. 카일럿은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를 연결하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의 두뇌 역할을 맡게 된다.

임성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I개발실장이 13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경 사진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KAI 제공

임성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I개발실장이 13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경 사진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K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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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KAI에서 소프트웨어 및 AI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임성신 AI 개발실장은 13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카일럿은 비행 실증을 거치며 미국 공군연구소에서 제안한 무인 항공기 자율화 수준 평가 체계(0~10단계) 중 4~5단계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실증 과정을 통해 기술적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자연어처리(컴퓨터가 사람이 쓰는 언어를 이해하고 만들도록 돕는 AI 기술)를 전공했다. 2007년 KAI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팀 팀장, 소프트웨어·AI 연구실 실장직을 역임했다.

1999년 설립된 KAI는 항공기 개발을 통해 높은 수준의 항공·방산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역량을 축적해왔다. KAI는 창립 이후 25년 동안 시험비행 사고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올해 6월까지 누적 시험비행 시간은 비행기 약 1만1275시간, 헬기 약 2만6152시간으로 모두 3만7000시간을 넘었다. 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한 것은 물론 그만큼 데이터도 충분히 축적돼 있다는 의미다.


다만, AI는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 항공 소프트웨어가 명확한 요구 조건을 바탕으로 설계하고 검증하는 방식이라면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실제 결과를 보면서 지속해서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KAI가 가진 항공 소프트웨어 역량은 AI를 받아들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임 실장은 "AI 알고리즘만 잘 만드는 것과 실제 항공기에 탑재돼 임무를 수행하는 AI를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저희가 가지 항공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새로운 기술을 결합하는 것, 그것이 저희만의 항공 특화 AI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방산 특화 AI 모델인 카일럿의 평가 체계 단계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AI는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인데, 방산 AI 개발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일부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군의 무기 체계 영상이나 실제 전장의 위험한 상황 데이터는 거의 구할 수 없거나 구해서도 안 된다. KAI는 난제를 풀기 위해 선제 대응 전략으로 '합성 데이터' 기술에 집중해왔다. 합성 데이터 기술을 통해 실제 데이터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대신 가상 환경에서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임 실장은 "합성 데이터의 생성과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기술 검증(PoC) 과제를 수행해왔고, 자체적인 투자를 통해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축적해왔다"면서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도 선보였듯, AI 모델의 주요 기능 중 일부는 실제로 실제 데이터가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합성 데이터를 통해 학습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의 목표는 '가짜 데이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카일럿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AI 기술력을 보유한 네이버 등과 손잡고 공중 전장의 물리적 특성과 영상 데이터, 그리고 네이버가 가진 세계적 수준의 월드 모델 개발 경험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I개발실장이 13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실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술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KAI가 추진하는 국방 AI 개발은 필연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KAI 제공

임성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I개발실장이 13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실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술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KAI가 추진하는 국방 AI 개발은 필연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K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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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항공·방산 AI 개발은 안보와도 직결된다. 임 실장은 "과거 KF-21 개발 당시에도 우려와 반대가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독자적인 전투기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국방 AI 분야에서도 똑같은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금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AI 모델과 기술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기술이 고도화되고 독점화되는 순간 그들은 반드시 자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AI 모델의 수출을 통제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독자적인 AI 기술을 갖추지 못한다면, 미래의 전장에서는 우리 무기체계의 두뇌를 외국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 가능한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술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KAI가 추진하는 국방 AI 개발은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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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항공·방산 시장에서 AI 기술 주권을 가진 선도국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투자가 필수적이다. 임 실장은 "KAI는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이 잘 정제돼 있어 숙련자의 암묵지를 인공지능화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항공우주 분야를 국가 대표 AX 실증 산업군으로 지정하고, 전반적인 AI 전환을 테스트하고 실증할 수 있는 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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