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69억→35억달러
3.5억달러 신규 조달
추론·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
아미디 회장, 엔비디아 거래 '보험' 평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이 3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기업가치는 지난해 고점의 절반 수준인 35억달러로 낮아졌다. 엔비디아가 창업자와 핵심 인력을 영입한 이후 그록은 AI 칩 경쟁사에서 추론용 데이터센터 운영사로 사업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록(Groq)이 개발한 칩

그록(Groq)이 개발한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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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록은 3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3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디스럽티브(Disruptive)가 주도했으며 엔비디아도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록의 기업가치는 1년 만에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9월 그록은 7억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69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4년 8월 28억달러였던 몸값이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뛰었지만, 이번 투자에서는 지난해 고점의 약 절반인 35억달러로 내려왔다.


전환점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와의 거래였다. 엔비디아는 그록의 AI 추론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조너선 로스와 서니 마드라 사장 등 핵심 인력을 영입했다. 법적으로 엔비디아가 그록을 인수하지 않고 회사는 독립 법인으로 남겼지만, 핵심 인력과 기술 사용권을 확보하는 이례적인 거래였다.

그록은 2016년 구글의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에 참여했던 로스가 설립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다른 구조의 언어처리장치(LPU)를 개발해 AI 추론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주목받았다.


특히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훈련'보다 이미 학습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서 구동하는 '추론'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탈(VC) 플러그앤플레이의 사이드 아미디 회장은 지난 2월 아시아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와 그록의 거래를 두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래 경쟁 가능성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을 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그록의 기업가치가 약 20억달러였던 시기에 투자했다. 아미디 회장은 당시 "그록이 시장 점유율을 3~5%만 차지해도 빅테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록이 엔비디아와 다른 유형의 연산을 수행한다는 점을 투자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엔비디아와 그록의 거래에 대해서도 "그록의 솔루션이 커질 경우를 대비해 엔비디아의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는 그록을 인수하지 않고도 핵심 인력과 기술을 확보했고, 그록은 독자 AI 칩 경쟁사에서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로 방향을 틀었다.


그록은 현재 막대한 AI 연산 수요를 겨냥해 추론용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사업 전환을 위해 6억5000만달러를 조달했으며 당시 기업가치도 재조정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투자에서 35억달러라는 평가액이 공개되면서 엔비디아와의 거래 이후 낮아진 기업가치가 처음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록은 최근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록은 자사의 AI 클라우드 서비스 '그록클라우드(GroqCloud)'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객은 그록의 LPU뿐 아니라 엔비디아 기술도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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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록은 신규 자금 일부를 데이터센터 확장에 투입해 내년 총 설비 용량을 200메가와트(M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알렉스 데이비스 그록 이사회 의장은 "추론은 의심의 여지 없이 AI 인프라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계층이 될 것"이라며 주요 AI 모델 개발사를 지원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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