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신규 출점 200m 내 주변 점포 매출 증가
다이소 문 열자 200m 내 안경점 매출도 22% 늘어
다이소 '보물찾기', 올리브영 '트렌드 탐색' 목적지로
대형점포 중심서 골목으로 내려온 '앵커', 다양성 주목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이 입점한 뒤 반경 200m 이내 주변 점포 매출이 출점 전보다 23%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문을 연 지역에서도 200m 안에 있는 안경점 매출이 22% 넘게 증가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이 주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기존의 우려와는 다른 결과다. 소비자가 찾아가는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주변으로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면서 오프라인 상권의 새로운 '앵커스토어(소비자를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점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앵커스토어를 통한 오프라인 상권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는 올리브영과 다이소 출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카드 매출과 소비자 조사를 통해 분석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와 서진형 서강대 교수, 이성호·최진 국립한밭대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다.

연구진은 소비자 809명을 대상으로 11개 품목과 14개 유통채널의 이용 행태를 조사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출점한 올리브영과 다이소 주변의 신한카드 매출도 출점 전후 1년씩 비교했다.


CJ올리브영 명동점(왼쪽), 다이소 경복궁점

CJ올리브영 명동점(왼쪽), 다이소 경복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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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과 다이소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대표 채널이다. 올리브영 매출은 2019년 1조9600억원에서 지난해 5조8335억원으로 6년 만에 약 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다이소 매출도 2조2362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지난해 점포 수는 올리브영 1381개, 다이소 1600개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주변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했다.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영화관 같은 대규모 시설이 '앵커스토어'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다이소와 올리브영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점포도 소비자가 찾아가는 목적지가 되면서 골목의 새로운 앵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대형마트는 '전통적 생활쇼핑형', 다이소는 '생활소비형', 올리브영은 '전문점형·탐색형' 앵커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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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생기자 음식점도 웃었다

변화가 뚜렷한 곳은 올리브영 주변이었다. 신규 출점한 올리브영 260곳을 분석한 결과 반경 200m 안의 주변 점포 매출은 출점 전보다 22.9% 증가했다. 200~400m에서는 13.0%, 400~600m에서는 8.9% 늘었다. 800m~1㎞에서도 7.9% 증가했다. 올리브영에서 멀어질수록 증가 폭이 대체로 낮아졌다.


올리브영을 찾은 소비자는 주변에서도 지갑을 열었다. 200m 안에서 음식점과 전통시장 매출은 각각 18.3% 늘었고 제과·커피·패스트푸드는 17.3% 증가했다. 약국은 12.1%, 편의점은 8.7% 늘었다. 반면 생활잡화점은 18.2%, H&B는 5.3%, 화장품 전문점은 2.6% 감소했다. 올리브영과 상품이 겹치는 업종에서는 매출이 줄어든 반면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방문 목적이 다른 업종에는 소비가 이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주변 다이소 매출도 4.5% 증가했다.


상권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관광·도심집객형 상권에서는 올리브영 출점 후 200m 안의 주변 매출이 26.9% 증가해 지역생활권형(13.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관광객과 외지인이 많이 찾는 곳에서 주변 소비 증가 폭이 더 컸다.


조춘한 교수는 "온라인에서는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면 소비가 끝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점포를 찾아왔다가 주변에서 한 번 먹고 가는 소비가 생긴다"며 "올리브영 주변에는 규모가 작은 점포가 많은 만큼 올리브영을 찾는 인원만으로도 주변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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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주변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다이소가 안경과 화훼, 반려동물용품까지 판매 품목을 넓히면서 관련 소상공인들은 기존 전문점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안경사협회는 다이소의 1000~5000원대 안경테·선글라스 판매가 기존 안경원의 경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업계에서도 '펫 존'과 펫 식품 확대에 따른 전문점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하지만 신규 다이소 200m 안에 있는 안경점 매출은 출점 전보다 22.1% 증가했다. 반경 3㎞ 전체로도 4.8% 늘었다. 반려동물 업종은 200m 이내에서 29.5%, 3㎞ 전체로는 13.0% 증가했다. 화훼는 200m 이내에서 5.5% 감소해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다이소가 관련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주변 전문점의 매출이 일률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이번 다이소 카드 분석은 안경·화훼·펫 3개 업종에 한정됐다. 연구진은 다른 업종에 대한 분석은 후속 연구에서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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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보물찾기', 올리브영 '트렌드 탐색'

두 채널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식도 달랐다. 흔히 다이소의 강점으로 '초저가'를 꼽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구경하는 재미'가 두드러졌다. 다이소의 '구경·탐색' 점수는 78.7점으로 조사 대상 7개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계획하지 않은 상품을 사는 '비계획 구입'도 71.7점으로 가장 높았다.


조 교수는 "소비자를 분석해보니 두 가지가 핵심이었다"며 "내가 찾는 물건이 있다는 기대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보물찾기 형 소비'라고 표현했다.


실제 방문 빈도도 높았다. 다이소 이용자의 41.2%가 월 2~3회 매장을 찾았고 주 1회 이상 이용하는 비율도 40.3%였다. 연구진은 다이소를 '반복 방문형'으로 봤다. 올리브영은 뷰티 제품을 사는 것과 함께 최신 상품을 살펴보는 목적이 강했다. 특정 상품 구입이 74.5점, 구경·탐색 73.2점, 자기관리·만족 72.7점, 유행상품 탐색 71.8점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뷰티를 원하는 소비자는 올리브영, 생활용품이나 일상 용품을 원하는 경우에는 다이소를 찾는 것이 오프라인에서 공식화돼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 이용자가 올리브영도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찾는 이유는 달랐다. 다이소에서는 생활용품을 사고, 올리브영에서는 화장품과 H&B 상품을 찾는 식이다. 연구진은 두 채널이 서로 고객을 빼앗는 관계라기보다 다른 목적의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병행 이용' 관계에 가깝다고 봤다.


품목별로도 역할이 나뉘었다. 생필품에서는 다이소가 가장 중심적인 구매처였고 화장품과 헤어·바디·위생용품에서는 올리브영이 앞섰다. 신선식품·식료품과 간편식·즉석식품에서는 대형마트의 영향력이 여전히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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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점포 들어오면 골목상권 위축? 달라진 상권

이번 연구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형 유통점과 골목상권의 갈등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기존 논의가 대형 유통점이 들어오면 주변 소상공인의 고객과 매출을 얼마나 빼앗는지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한 유통채널이 사람을 불러들이고, 이들이 주변에서 어떤 소비를 하는지까지 살펴봤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리브영 주변에서는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매출은 늘었다. 다이소가 저가 안경테와 펫용품을 판매하는데도 주변 안경점과 반려동물 업종의 매출은 증가했다. 점포가 크냐 작으냐, 어떤 업태로 분류되느냐 만으로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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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채널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화장품만 해도 H&B 스토어뿐 아니라 다이소, 편의점,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 라이프스타일숍 등에서 판매한다. 연구진은 정책과 상권 활성화 전략도 업태만을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판매 품목의 중복 정도와 방문 목적, 점포 간 거리, 상권 유형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변 점포와 직접 경쟁하는지, 새로운 유동 인구를 끌어들여 서로 매출을 키우는 관계인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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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소비자들은 이제 골목을 걸으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원한다"며 "성수동이 잘되는 이유도 옆으로 가면 계속 새로운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대규모 점포가 상권의 앵커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앵커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방문 목적을 만들어내는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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