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기우제를 지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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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을 겪던 경남 일대에 지난 연휴 800㎜의 폭우가 내렸다.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지역은 해갈을 넘는 수준의 물 폭탄을 맞았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가뭄은 끝났지만 물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며 물관리 필요성은 당장의 문제가 됐다.


2019년 호주 정부가 만든 미래가뭄기금(Future Drought Fund)은 지금의 상황에서 살펴볼 만하다. 가뭄이 닥친 뒤 물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 대응력을 높이고 관련 연구와 적응 체계를 마련했다. 가뭄이 없는 시기부터 다음 가뭄을 준비하자는 취지다.

비슷한 시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는 물 은행(Water Bank)을 설립했다. 상하수도 시설의 여유 용량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업이 새로운 시설을 짓는 데 드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식이다.


2026년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경남 일대의 가뭄이 심해지자 정부는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인력 400명을 동원했다. 4600회가 넘는 급수 지원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앞으로 반복될 가뭄에 대응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가뭄의 양상은 달라지고 물이 필요한 산업까지 늘고 있다. 가뭄이 시작된 뒤 어떻게 대응할지는 물론, 가뭄이 오기 전에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가뭄 대응단'을 꾸렸지만 위기가 끝난 뒤 사라질 임시기구에 가깝다. 대응단에 주어진 임무도 자발적인 절약 추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강화 등 선언적 지원에 불과하다.


지금부터라도 지역별 물 부족 위험을 꾸준히 분석하고 위험이 큰 지역에는 가뭄이 시작되기 전에 예산과 장비를 배치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하수처리수와 빗물의 활용 확대다. 지하수 역시 필요한 곳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지역 여건에 따라 해수담수화 같은 대체 수원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속적인 재원 마련은 필수다.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긴급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에 돈을 쓰는 것보다 미리 위험을 줄이는 데 투자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도 일회성 긴급 예산에만 의존하기보다 장기적인 물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과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물 문제는 농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앞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 늘어나면 물탱크차로 나를 수도 없는 상황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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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오기 전에 어느 지역의 물이 부족할지 예측하고 필요한 시설과 예산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뭄과 홍수에 잘 대응하는 정부를 넘어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물의 흐름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정부다.


배경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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