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의 대상'에서 '성장의 주체'로
비수도권 투자 세액공제 50% 추가
청년소득세 감면도 10년 확대해야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성장의 공간도 넓어져야 한다. 그동안 수도권은 기업과 인재를 끌어모으며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집중이 지나치게 심해지면서 주거비와 교통혼잡 등 사회적 비용도 커졌다. 반면 지방에서는 청년 인구가 줄고 산업기반이 약해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방을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제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지방주도 성장에 맞춰 세제지원의 방향을 바꾼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에 따라 세제 혜택을 달리하는 것이다. 먼저 연구개발(R&D)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에 지역별 계수를 적용해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큰 혜택을 제공한다. 수도권에는 기존 혜택을 유지하되, 비수도권은 지역 여건에 따라 최대 50%까지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이 세금만 보고 투자처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제를 통해 지방 투자에 따른 부담을 일부 덜어준다면 기업의 입지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개발 시설과 생산시설이 지방에 함께 자리 잡는다면 관련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산업 생태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의 이전을 유도하는 장치도 눈에 띈다.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면을 지방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게 설계한다. 특히 청년의 경우 기존 5년의 감면 기간을 지역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확대한다. 근로자의 실질적인 소득을 높여 정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업 지원과 인구정책을 연결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 지원도 지방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된다. 기존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심의 구분에서 벗어나 비수도권을 세분화하고, 지원이 더 필요한 지역일수록 창업기업에 대한 세액감면을 크게 확대한다. 여기에 성장성과 유망 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신산업 분야의 청년창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단순히 지방에 기업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미래 성장산업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려는 방향이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의미는 지방을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주체'로 바라보는 데 있다. 기업의 투자와 창업, 근로자의 취업이라는 경제적 선택에 세제라는 유인을 제공하고, 그 선택이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세제만으로 지방의 경쟁력을 단번에 높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번 개편이 실제 투자와 고용, 창업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보면서 제도를 꾸준히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지역별로 혜택을 차등화하는 만큼,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 지역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각 지역의 여건과 특성을 세심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방주도 성장이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 간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결국 지방주도 성장의 핵심은 지방에서 투자하고, 일하고, 창업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기업과 사람의 선택에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지방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지역의 R&D, 투자 등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인재의 정착을 유도함으로써 지방주도성장의 길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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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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