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서 전국 유일 1815명 대합창
독립유공자 후손 목소리에 수어 합창

빨강·파랑·흰색 티셔츠를 나눠 입은 1815명이 롯데콘서트홀 객석을 층층이 채웠다. 자리마다 색이 번지자 공연장은 이내 거대한 태극기 한 장이 됐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송파구가 연 '8·15 빛을 되찾은 날, 기쁨의 합창' 무대다. 1815라는 숫자는 곧 8월 15일을 뜻한다.

김광태(사진)씨는 "우리 수어는 눈과 손으로 부르는 특별한 노래"라고 했다. 김씨가 수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송파구 제공.

김광태(사진)씨는 "우리 수어는 눈과 손으로 부르는 특별한 노래"라고 했다. 김씨가 수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송파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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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째를 맞은 송파구민 대합창은 전국에서 유일한 대규모 주민 참여형 광복절 공연이다. 지난해 서울놀이마당을 가득 메웠던 무대는 올해 국내 정상급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로 옮겨 왔다. 특정 합창단이 아니라 구민이 직접 주인공으로 서는 것이 이 행사의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본 무대에 앞서 세 차례 모여 목소리를 맞췄다.


무대에 오른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객석을 한참 바라봤다. "정말 장관입니다. 1815명 송파 구민이 이 콘서트홀을 가득 메워 주셨습니다."

그는 "빛을 되찾은 날은 곧 우리 민족의 상징인 태극기를 되찾은 날"이라며 흰 바탕에 담긴 순수함과 빨강·파랑 태극의 상생·조화를 하나하나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찾은 태극기, 두 번 다시 잃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공연에 앞서 축하 무대가 먼저 펼쳐졌다. 한림연예예술고 뮤지컬과 학생들과 소프라노 배우리, 테너 김진훈이 안중근 의사의 삶을 그린 뮤지컬 '영웅'의 '그날을 기약하며' 등을 불렀다. 독립을 향한 간절한 염원이 한 편의 서사처럼 무대를 채웠다.


송파구립교향악단의 연주에 맞춰 대합창이 시작됐다. '독립군 애국가'로 문을 연 무대는 '내 나라 내 겨레'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강산' '광복절 노래'까지 모두 일곱 곡으로 이어졌다. 세대도, 사연도 제각각인 1815명이 같은 노래를 불렀다.

그 안에는 특별한 목소리들이 있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송파구 광복회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 광복의 의미를 더했다. 양해섭 할아버지는 딸과 손주 둘과 함께 2년 연속 3대가 나란히 목소리를 보탰다.


그리고 소리 없이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청각장애인 25명이 손끝과 표정으로 광복을 노래하는 '수어 합창'이었다. 여든을 넘긴 김광태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송파구수어통역센터의 연락을 받고 무대에 서게 된 그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앞에 선 통역사의 수어를 눈으로 좇으며 가사와 박자를 익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노랫말을 되뇌었고, 저녁마다 동료들과 모여 손을 맞췄다.


"나이를 먹어 가사가 잘 기억나지 않아 힘들었다"던 그는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광복이라는 뜻깊은 행사에 다른 농인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그 힘든 과정을 즐거움으로 바꿔 주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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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관객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한 소절은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였다. "젊은 시절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고 긴 세월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 땅에서 살아온 삶을 돌아보니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그는 말했다. 광복 무렵 태어난 그에게 이날은 더욱 각별했다.


공연의 대미는 만세삼창이었다. 김씨를 비롯한 1815명이 그날의 염원을 담아 두 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외쳤다. 흰색과 빨강, 파랑이 한꺼번에 출렁였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송파구민 대합창’에서 서강석 송파구청장(왼쪽)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송파구 제공.

올해로 4회를 맞는 ‘송파구민 대합창’에서 서강석 송파구청장(왼쪽)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송파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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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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