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북극항로 연 중국…인도양 항로 밀어내나[시사쇼]
인도양 항로보다 항해일수 절반
美·中·러 항로 두고 패권다툼 본격화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중국 해운사들이 지난 10일부터 북극항로를 통한 영국행 정기항로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유럽 교역에 나섰다. 기존 인도양과 중동, 수에즈운하를 거치던 교역로 대신 북극해를 통과하는 길이 열리면서, 이란전쟁으로 운항이 마비된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해상 수송로가 확보된 것이다. 특히 최근 지구온난화 심화로 1년 중 10개월 이상 북극항로 운항이 가능해짐에 따라, 조만간 북극항로가 기존 인도양 항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수십 년간 인도양 패권을 장악해 온 미국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中-英 정기항로 열려…운항기간 절반으로 줄어
기존 중국 남부에서 출발해 인도양과 중동, 수에즈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들어가는 인도양 항로는 일반 무역선 기준으로 약 40일이 소요됐다. 반면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운항 기간은 절반 수준인 20일로 대폭 줄어든다.
물론 아직 빙하가 완전히 녹지 않았고 항로 정비도 미흡해 초대형 무역선의 운항에는 한계가 있어 주로 중소형 선박 위주로 운항 중이지만, 거리 단축이 주는 경제적 이점은 압도적이다. 이번에 중국 해운사 시레전드(Sea Legend)가 중국 닝보에서 영국 펠릭스토우 구간에 처음 투입한 정기 선박에는 주로 전기차, 리튬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중국의 대(對)유럽 주요 수출 품목들이 실렸다.
북극항로는 18세기 소빙기 현상으로 빙하가 확장되면서 200년 이상 폐쇄 상태였다. 최근 2020년대 들어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과거 여름철 2개월에 불과했던 운항 가능 기간이 10개월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역사상 첫 정기항로 개설로 이어졌다. 현재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의 봉쇄로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러시아 영해를 관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은 북극항로는 대체 항로로서 각광받고 있으며 향후 운항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美 대러제재에 저촉…운항기간 짧아도 진입 어려워
거리상의 명확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외에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북극항로 이용을 주저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다.
북극항로 대부분이 러시아 영해에 속해 있어, 선박 운항을 위해서는 러시아 당국의 승인과 함께 빙하 위치 정보 제공, 긴급 구조 보험, 제반 서비스 이용료 등을 러시아 측에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서방의 대러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 지불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글로벌 해운사들이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중간 기착지와 보급 시설 부족, 초대형 선박의 운항 제한, 높은 선박 보험료 등 물리적·금융적 한계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와 대러 제재 완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북극항로의 전면적인 국제 활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후 대러 제재가 해제될 경우 미국의 북극항로 이용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현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미·러 양국이 베링해 연결 교량 건설 구상까지 교환한 점을 고려하면 제재 해제 시 미국 역시 북극항로 활용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미 정부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을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닌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해 왔다. 실제로 러시아는 북극항로 주요 항만을 개발함과 동시에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기지를 북극권에 집중 배치했다.
北 리스크까지 신경써야하는 韓…북극항로 개척 쉽지 않아
미국 입장에서 북극항로 활성화는 자국이 패권을 쥔 인도양 항로의 영향력 약화를 의미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사태처럼 향후 중국·러시아와 갈등 발생 시 양국이 북극항로 통행을 통제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 항로의 활성화를 쉽게 승인하거나 직접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북극항로 개척은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달 중 시범운항을 거쳐 2030년 정기운항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로가 상설화될 경우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할 확실한 대체로를 확보하게 되며 물류비 절감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아시아 동맹국들은 미·중 갈등 및 미·러 관계, 대러 제재라는 외교적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2014년부터 시범운항과 연구를 지속해 온 중국에 비해 한국은 이제 막 시범운항 단계에 들어선 만큼, 정기 항로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더 큰 변수는 북한 리스크다. 한국 선박이 북극항로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동해안 일대에서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해 항로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일본 외곽으로 우회할 경우 운항 거리가 늘어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북한이 이란처럼 동해를 지나가는 선박을 위협하거나 통행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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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은 미·중, 미·러, 북·미 관계라는 복잡한 외교적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로의 안전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실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한국이 북극항로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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