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관 지방이전]④낮은 처우·총인건비 규제에 '지방 이전'까지…금융 공공기관 삼중고
시중은행 보수 16% 뛸 때 국책은행 6.5% 그쳐
물가 반영하면 실질 평균 보수 오히려 6.4% 감소
국책은행 3곳 평균 근속연수도 일제히 단축
총인건비 규제에 지방 이전 변수까지
국책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본점 지방 이전을 서두르기보다 총인건비 등 획일적인 규제를 먼저 손질하고, 민간 금융회사와의 인재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처우와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과 정보, 자본의 집적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금융산업의 특성상 우수 인력을 유치·유지할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방 이전을 추진할 경우 정책금융 역량이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보수가 16.4% 오르는 동안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의 평균 보수는 6.5% 상승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3.8% 오른 소비자물가를 반영하면 국책은행의 실질 평균 보수는 오히려 6.4%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국책은행들이 지방 이전 후보로 거론되면서 내부 동요와 인력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은·수은·기은 일반정규직의 1인당 평균 보수는 2021년 1억888만원에서 2025년 1억1593만원으로 올라 4년간 누적 상승률은 6.5%에 그쳤다. 기관별로 보면 산은의 평균 보수는 2021년 1억1370만원에서 2025년 1억1790만원으로 3.7% 올랐다. 같은 기간 수은은 1억523만원에서 1억1444만원으로 8.7%, 기은은 1억772만원에서 1억1544만원으로 7.2% 상승했다.
4년 만에 뒤집힌 보수 격차…실질 보수 6.4% 감소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보수 상승 폭은 국책은행의 두 배를 웃돌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을 단순 평균한 결과 2021년 1억550만원에서 2025년 1억2275만원으로 16.4% 뛰었다. 국책은행 3곳의 평균 보수 상승률보다 9.9%포인트 높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보수 격차도 역전됐다. 2021년에는 국책은행 3곳의 평균 보수가 4대 시중은행보다 338만원 많았지만 2025년에는 오히려 682만원 적었다. 4년 사이 두 집단의 보수 격차가 1020만원 뒤집힌 것이다.
물가를 반영하면 국책은행의 보수 경쟁력 약화는 더욱 뚜렷해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3.8% 상승했다. 이를 반영하면 국책은행 3곳의 실질 평균 보수는 4년간 약 6.4% 내린 것으로 계산된다. 기관별 실질 보수 하락률은 산은 8.8%, 기은 5.8%, 수은 4.4% 수준이다. 명목 보수는 올랐지만, 보수의 실질 구매력은 2021년보다 낮아진 셈이다.
세 기관 평균 근속 모두 단축…조직 안정성에도 경고등
세 기관의 평균 근속연수도 일제히 짧아졌다. 산은 일반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021년 199개월에서 2025년 185개월로 14개월 감소했다. 기은도 같은 기간 209개월에서 195개월로 14개월 줄었고, 수은은 155개월에서 151개월로 4개월 짧아졌다.
평균 근속연수 감소만으로 직원 이탈이 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신규 채용 확대와 정년퇴직 등 인력 구성의 변화도 평균 근속연수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지방 이전 논의까지 반복되면서 민간 금융회사로의 이직을 고민하는 내부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책은행을 떠나 시중은행으로 이직한 한 직원은 "임금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지만 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자부심과 안정감 등으로 소속 회사를 선택한 동료들이 다수"라며 "그러나 지방 이전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현재의 생활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졌고 결국 이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수익 달라도 정부가 정한 인상률…총인건비가 보상 제약
총인건비 제도는 국책은행의 보수 경쟁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총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 총액을 관리하고, 정부의 예산운용지침에 따라 정해진 범위 안에서 급여와 수당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관별 수익성과 업무량, 민간 금융회사와의 임금 격차, 전문 인력 확보 필요성이 서로 달라도 기본적인 인건비 인상폭은 정부 지침의 제약을 받는다. 정책금융기관이 영업을 통해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이를 직원 보상에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총인건비 한도를 초과해 집행할 경우 다음 연도 인건비 조정이나 경영평가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기관이 자체적으로 보수를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기은의 경우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미지급 수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올해 5월 금융위원회가 총인건비의 경영평가 예외 적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누적된 미지급 수당 830억원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가 해당 금액을 총인건비 관리에서 예외로 인정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미지급 수당 문제가 일단락된 측면이 있다. 다만 기은의 한 직원은 "이례적으로 대통령 언급으로 이슈가 돼 일시적으로 풀린 문제로 보인다"며 "구조적으로 연봉 인상 등에 제약을 가하는 총인건비 문제가 풀려야만 한다"고 했다.
처우 뒤처졌는데 지방 이전까지…국책은행 '삼중고'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책은행의 긴장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산은과 기은, 수은은 아직 이전 대상 기관으로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유치 희망 기관으로 지목하면서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책은행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 지방 이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아 입법 절차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방 이전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왔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금융회사들과 수시로 업무상 소통해야 하고 지방 이전 시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개 국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지방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간 금융회사와의 보수 격차가 확대되고 전문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본점 이전까지 현실화하면 젊은 직원과 핵심 인력의 이탈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옆 의사당대로에서 NH농협지부가 한국산업은행지부, 기업은행지부, 한국수출입은행지부와 함께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파격 연봉 제시할 수 있어야 정책금융 경쟁력 산다
전문가와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책은행의 경쟁력은 결국 전문인력의 경험과 정보력, 인적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만큼 획일적인 총인건비 규제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책금융은 대규모 산업금융과 해외 프로젝트금융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지만, 경직적인 보수체계가 민간 금융회사와의 인재 경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면 인력 이탈을 막고 우수 인재를 새로 유치할 수 있도록 보상 수준을 지금보다 대폭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고급 인력이 쌓아온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크에서 나온다"며 "국책은행이 이러한 인적 자산을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정책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총인건비 규제를 완화하고 전문성과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유능한 인재를 정책금융 분야에 유치하려면 그에 걸맞은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면 총인건비 규제의 예외 폭을 대폭 넓혀 보상을 강화해야만 국책은행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이전 과정에서도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뉴욕과 런던, 도쿄처럼 금융기관이 한곳에 모이면 정보 교류와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된다"며 "국책은행은 행정부와 국회를 자주 오가야 하므로 여러 지역에 분산되면 업무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에 본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부처가 모인 세종이나 금융기관이 이미 다수 이전한 부산에 집중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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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의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도 전문인력 이탈을 막는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책은행을 국내 기업에 대출하는 기관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바이오·방산·조선 등 미래 전략산업에 장기자금을 공급하고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금융, 수출금융, 벤처투자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정책금융기관으로 키워야 한다"며 "핵심 금융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전을 추진하려면 우수 인력의 이탈을 막을 현실적인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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