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자금 날렸다" "국장 믿은 내가 바보" 개미들 '비명'…전세계 놀란 韓증시 변동성
코스피 급등 뒤 가파른 조정
BBC "韓증시 변동성 두드러져"
인공지능(AI) 열풍 속 급등락을 거듭하는 한국 증시와 이 과정에서 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사연을 외신이 조명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주가지수로 꼽히는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 지수가 미국 기술주 강세에 장 초반 7천선을 회복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국내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7천선을 넘은 건 지난달 24일 이후 15거래일 만이다. 2026.8.14 강진형 기자
은행에서 근무하는 김용준씨는 지난달 주식에 투자했다가 약 2000만원을 잃었다. 이 돈은 결혼을 앞두고 주택 마련을 위해 쓸 자금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김씨가 투자한 기술주 가격이 약 25% 하락하면서 손실을 봤다.
김씨는 "타격이 크고, 손실을 만회하려면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며 "나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은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사씨도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볼 때마다 한때 크게 늘었던 평가이익이 대부분 사라진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초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의 절반가량을 SK하이닉스 주식에 투자했다. 이후 주가가 네 배까지 뛰었지만,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현재 보유 주식 가치는 약 3억원으로 고점 당시의 절반 수준이다. 김씨는 BBC에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 투자자들이 기술주로 몰리고 있지만,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등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BBC는 이 같은 불안정성이 특히 기술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짚었다.
기술주 낙관론 커지자 레버리지 투자 급증
AI가 주도한 전 세계적인 투자 열풍은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흔들었다. 금융서비스업체 BNY의 위쿤 총은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코스피가 코로나19 사태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될 정도로 역사상 가장 가파른 조정 가운데 하나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올해 초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해 지난 6월 중순 9000선을 넘어섰지만 몇 주 만에 5500선까지 급락했다. 이후 일부 회복해 현재는 690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총은 최근 매도세가 거세진 주요 원인으로 AI 분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투자분석가 토비아스 레거는 수개월 동안 기술주가 급등하면서 시장에 극도의 낙관론이 형성됐고,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운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레버리지 투자는 자기 자금보다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부족한 자금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다.
7월 말까지 국내 개인투자자 계좌 약 120만개에서 마진콜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내 생산가능연령 인구 약 30명당 1명꼴에 해당한다고 BBC는 전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아시아 주식전략 책임자 프랭크 벤짐라는 레버리지 투자가 한국뿐 아니라 대만과 미국의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확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AI 관련 주식의 위험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장 믿었는데"…길어지는 조정장에 개미 '시름'
코스피 투자자인 박영지씨는 가진 현금 대부분을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때 보유 주식의 가치가 45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박씨 역시 주가 회복을 기대하며 주식을 보유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을 믿은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며 "이제는 장기전이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수민씨는 주변에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낀 뒤 친구와 돈을 모아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 그러나 그는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6월 주당 300만원까지 올랐을 당시 매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주가가 5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면서 주식을 계속 보유했다고 한다. 이씨는 "주변에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이 없었고, 주식을 사기 전 투자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 급등락, 다른 시장에도 영향
한국 증시의 큰 변동성은 다른 나라 증시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다. 벤짐라는 일본 닛케이225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지수가 코스피의 급격한 움직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 대부분의 증시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으로 구성돼 있어 한국 증시만큼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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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나 미국 증시처럼 대형 종목이 다양하게 구성된 시장에서 같은 수준의 변동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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