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개정 전 부시장 후보부터 지명…민형배-시의회 정면충돌
민 시장 “임명 아닌 준비행위…법적 하자 있다면 보완”
시의회 “사람 정해놓고 조례 바꾸는 위인설법”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현행 조례에 없는 업무 분야를 내걸어 정무부시장 후보자를 공모·지명한 일을 두고 민형배 시장과 시의회가 충돌했다. 민 시장은 조직개편을 앞두고 밟은 사전 절차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의회는 후보자를 정한 뒤 그에 맞춰 조례를 고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운영위원회는 14일 제2회 임시회 폐회 중 회의를 열어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의 적법성과 조직개편안, 국립의과대학 설립 문제 등을 심의했다. 민 시장과 황기연·고광완 부시장 등이 출석했다.
쟁점은 정무부시장 후보자를 모집한 분야와 현행 조례가 정한 직위·업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오른쪽)이 14일 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신민호 운영위원장과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의 조례 위반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유튜브 갈무리
광주특별시는 지난달 10∼15일 시민추천 방식으로 정무부시장 후보자를 모집하면서 업무 분야를 '산업·일자리·경제·노동·첨단주력산업'과 '시민주권·청년인구정책·보건복지·양성평등'으로 나눴다. 이후 백승주 전 기획재정부 실장과 윤난실 전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을 각각 해당 분야의 부시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반면 통합특별법과 현행 조례에 규정된 정무부시장 직위는 문화산업부시장과 경제농림부시장이다. 문화산업부시장은 미래산업·전략산업·문화·관광·체육을, 경제농림부시장은 경제·농축산식품·해양수산·환경·산림을 담당하도록 돼 있다.
신민호 운영위원장은 집행부가 아직 개정되지 않은 조례를 전제로 후보자부터 지명했다고 지적했다. 신 위위원장은 "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장래의 조례 개정을 이미 확정된 법규처럼 전제했다"며 "후보자를 먼저 지명해 의회의 조례 입법권을 사후 절차로 격하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행정이 법과 조례를 앞서가서는 안 된다"며 "이제 조례를 개정하면 위인설법이 된다. 사람을 보고 조례를 바꿔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민 시장은 공모와 후보자 지명은 실제 임명과 구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행 조례에 맞춰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으면 부시장 임명이 한달 이상 늦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민 시장은 "지명이지 임명이 아니다"라며 "시민추천 공모와 후보자 지명은 앞으로 만들어질 조직에서 일할 부시장의 인사청문을 요청하기 위한 준비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행정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시민추천제를 추진했고 현재는 지명 단계에 불과하다"며 "조례 위반 여부를 놓고 집행부와 의회의 해석이 다르다. 위원장 말만 진리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시의회는 집행부에 사과와 절차 재추진을 요구했다. 신 위원장은 "후보자를 지명하면 기존 조례와 불일치하게 된다며 수차례 공문으로 중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일치가 명확한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민 시장은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면서도 "저한테 사과하라는 게 위원회 개최 목적은 아니지 않으냐"고 맞섰다.
이날 오후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민 시장이 회의 도중 이석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신 위원장은 "시민주권시대와 의회와의 소통을 말하면서 자리를 뜨면 회의가 파행될 우려가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민 시장은 "제가 없으면 위원회를 운영할 수 없는가. 제가 없어도 답변할 분들이 얼마든지 있다"며 "시도지사협의회 첫 회의인 만큼 참석해야 한다. 법적 하자가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민 시장은 회의 시작 약 30분 뒤 이석 동의를 얻어 서울로 향했다.
민 시장이 떠난 뒤에는 황기연 행정부시장을 상대로 정무부시장 공모의 법적 근거를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김진남 의원(더불어민주당·순천5)은 "후보자들의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특별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공모 분야가 현행 조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집행부가 인정하는지 물었다.
황 부시장은 "통합특별시 출범 당시 직제는 과도기적 조례에 따른 것이며, 출범 뒤 조직개편과 함께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조례와 다른 기준으로 시민 공모를 하고 후보자를 지명한 것도 준비행위라는 것이냐. 준비행위의 한계는 어디까지냐"고 재차 물었다. 이어 "시민들에게 내과의사를 뽑겠다고 공모해 훌륭한 내과의사라고 추천받은 뒤, 외과의사로 쓸 것이니 조례를 개정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박정선 의원(비례)도 "시민추천 공모는 행정행위인 만큼 법치주의에 따라야 한다"며 "모집 공고의 분야와 내용이 현행법에 맞지 않는다면 엄연히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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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집행부에 시민추천제를 추진한 법적 근거와 의사결정 과정, 현행 조례와 다른 분야로 후보자를 모집한 이유, 후속 조처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와 후보자 평가자료도 제출하도록 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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