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표적 무인점포…절도 4년 새 3배 늘어
주취 소란 등 고려하면 경찰력 소모 더 클 듯
업주가 아낀 관리비, 공공치안 부담으로 전가

#올해 6월 서울 동작구에선 무인점포에서 70차례에 걸쳐 절도 행각을 벌인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압수된 인형과 문구류만 60여점, 피해액은 1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업주가 매장을 차려둔 상태에서 해외 체류 중이어서 피해 사실과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내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지난 14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무인 인형뽑기방은 취객들의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취객들이 이곳저곳 자리를 차지한 채 널브러져 있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근의 또 다른 무인 인형뽑기방 앞에서도 남성들이 줄지어 앉아 담배를 피웠다. 경찰 관계자는 "취객끼리 다투거나 문제가 생겨도 막을 관리자가 없으니 사실상 경찰이 해결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지난 14일 밤 서울 용산구 한 무인점포에서 취객들이 매장 내부를 차지하거나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사실상 방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지예 기자

지난 14일 밤 서울 용산구 한 무인점포에서 취객들이 매장 내부를 차지하거나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사실상 방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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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무인점포가 절도, 기물 파손, 취객 소란 등 각종 범죄와 일탈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점주가 아낀 관리 비용의 공백을 경찰이 112신고 출동으로 메우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무인점포 확산이 공공 치안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2021년 3514건에서 2022년 6018건, 2023년 1만847건, 2024년 1만769건, 지난해 1만1015건(잠정)으로 증가했다. 형사 사건에 집계되지 않는 주취자 소란이나 취객·노숙인 등의 매장 내 무단 취침 등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신고까지 고려하면 무인점포로 인한 경찰력 소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사설 보안업체인가" 치안 부담 키우는 무인점포 원본보기 아이콘

무인점포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배경에는 운영 방식의 취약성이 있다. 상당수 점포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관리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다. 지폐교환기와 게임기 등 기기 내부에 현금이 보관돼 있다는 점에서 범행 대상이 되기도 쉽다. 술집 등이 밀집한 번화가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심야 시간대 더위 등을 피해 들어온 취객들의 소란이나 다툼의 장소로도 변질한다.


이렇다 보니 10대 청소년의 일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구에선 새벽 시간 무인점포 지폐교환기를 강제로 뜯어 1000만원 넘는 현금을 훔친 1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보다 앞선 올해 3월에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무인 인형뽑기방 5곳에서 절단기로 지폐교환기와 계산대 등을 부수고 현금 약 1600만원을 절도한 10대 무리 5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밤 서울 용산구 한 무인점포에서 취객들이 매장 내부를 차지하거나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사실상 방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지예 기자

지난 14일 밤 서울 용산구 한 무인점포에서 취객들이 매장 내부를 차지하거나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사실상 방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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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업주가 무인 운영으로 아낀 관리 비용이 결과적으로 치안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주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인 데서 발생한 범죄·소란 등을 112신고를 통해 해결하면서 사실상 지역경찰이 무인점포의 관리자 역할을 맡는 모습이다.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소액 절도나 단순 기계 파손이라도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CCTV 분석과 도주 동선 추적, 탐문수사 등 시급한 수사가 요구되는 형사 사건과 다를 바 없는 절차와 인력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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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무인점포가 늘면서 관련 신고와 사건 처리 부담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정작 긴급 사건을 처리해야 할 인력이 무인점포의 소란 신고에 수시로 투입되면서 마치 무인점포를 위한 사설 보안업체와 같은 역할까지 떠맡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이 사설 보안업체인가" 치안 부담 키우는 무인점포 원본보기 아이콘

범죄예방시설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가 있더라도 '설마 잡히겠나' 하는 생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결국 경찰이 출동해 수사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행정력 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카드 인증 시스템처럼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 등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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