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원에 팔린 농구팀'…팬심이 돈 되는 시대, 롯데자이언츠도 투자자산 될까[주末머니]
레이커스, 프로 스포츠 역사상 역대 최고
미 4대 스포츠 5곳 중 1곳엔 사모펀드 자본
중계권·광고·티켓 등 현금흐름 예측 가능
미국프로농구(NBA) 명문구단 LA 레이커스가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벤처투자가 조시 쿠슈너와 전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는 레이커스를 125억달러(약 18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레이커스는 불과 지난해 10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새 주인을 맞았는데 1년여 만에 가격이 25% 뛰었다. 이번 거래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엘리트 스포츠 자산의 놀라운 가치 상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풍경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인 사모펀드(PEF)가 제조업체부터 렌터카, 외식업체까지 사들이는 동안 프로 스포츠 구단에는 좀처럼 손을 대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가능한 거래가 왜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걸까.
팬이 떠나지 않는다…스포츠 구단이 '투자자산'이 되는 이유
투자자의 눈으로 보면 스포츠 구단에는 독특한 '해자'가 있다. 쉽게 복제하거나 단기 생산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NBA팀을 하나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그 사무국은 구단 수를 통제한다. 공급은 제한돼 있고 팬은 쉽게 팀을 바꾸지 않는다. 아이폰이 싫으면 갤럭시로 갈아탈 수 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가 몇 년 못 한다고 뉴욕 양키스 팬이 될 순 없다.
이러한 팬심, 충성심은 돈으로 환산이 가능하다. 입장권뿐 아니라 중계권, 광고와 스폰서십, 유니폼과 굿즈, 식음료, 프리미엄 좌석, 각종 콘텐츠까지 한 명의 팬에게 여러 번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지난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NFL·NBA·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최상위 스포츠 구단은 글로벌 팬 기반과 강한 브랜드, 높은 미디어 중계권 수익을 바탕으로 기관투자가와 사모펀드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본의 스포츠 시장 침투력은 더 빠르고 넓어지고 있다. JP모건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NFL·NBA·MLB·NHL 등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약 5분의 1에 이미 일정 수준의 PE 자본이 들어가 있다"며 "4대 리그 구단의 전체 가치도 5000억달러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가장 보수적이던 NFL도 2024년 문을 열었다. NFL 구단주들은 그해 8월 승인된 PE 운용사가 개별 구단 지분을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NFL은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기관자본을 구단 소유구조에 허용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팬은 많고 돈도 번다…다른 건 '자본화'
한국도 팬심 자체는 해외에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2025년 KBO는 1200만명이 넘는 관중을 모으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과거에는 '모기업 지원 없이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돈도 벌기 시작했다. 2025년 KBO 10개 구단의 매출은 약 7796억원으로 전년보다 14% 늘었고 절반이 영업흑자를 냈다. 롯데자이언츠는 영업이익 165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입장권과 굿즈 등 팬이 직접 지갑을 여는 매출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스포츠 구단에 거대 자본이 잘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돈을 못 벌어서'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차이는 오히려 팬심을 어떻게 기업가치로 바꾸고, 그 가치를 다시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만드느냐?에 있다.
한국에도 구단을 사고판 전례는 있다. 2021년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SK텔레콤으로부터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했다. 지금의 SSG랜더스다. 이 가운데 1000억원은 구단 지분, 352억원은 관련 토지와 건물 등 자산 가격이었다.
2012년 10월 29일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4차전 4회말 1사 무주자 상황에서 박재상이 솔로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다만 인수자는 금융투자자가 아니라 또 다른 대기업이었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처럼 구단 이름부터 모기업과 붙어 있다. 구단은 독립적인 투자자산이라기보다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성장했다.
이 구조에서는 구단이 벌어들이는 현금과 모기업이 얻는 광고·브랜드 효과가 섞인다. 롯데자이언츠가 롯데그룹에 주는 홍보 효과는 크지만, PE가 이를 그대로 투자수익으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가치 측정과 인수가 끝이 아니다…결국은 '얼마에 다시 팔 수 있을까'
투자자는 결국 숫자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구단 매출과 이익, 중계권 계약, 티켓·굿즈 판매, 스폰서십 등을 토대로 앞으로 벌 돈을 계산하고, 인수 뒤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따진다.
미국 스포츠 시장은 이 작업이 상대적으로 쉽다. 구단 거래가 반복되면서 '비슷한 팀이 매출의 몇 배에 팔렸는가'라는 시장 기준이 형성돼 있다. 포브스가 2025년 집계한 NBA 구단의 평균 기업가치는 매출의 12.9배였다. MLB는 2026년 기준 평균 약 7배다.
반면 국내에서는 SK와이번스처럼 구단 전체가 거래된 사례부터 드물다. 당시 구단 지분 가격 1000억원이 어떤 매출배수나 현금흐름할인법으로 산출됐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KBO 구단은 매출의 몇 배가 적정가격'이라는 시장의 공통 기준을 만들 만큼 거래 사례가 쌓이지 않은 셈이다.
마지막 단계인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는 더 큰 난관이다. PE와 같은 투자자는 회사를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보통 몇 년 뒤 더 비싼 가격에 되팔아야 한다. 제조업체라면 경쟁사나 다른 PE에 매각하거나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 야구단을 산다면 그때 누가 다음 주인이 될지를 미리 그려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구단을 인수할 잠재적 매수자층이 아직 두껍지 않아 회수 경로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먼저 스포츠 시장에 들어온 PE들의 투자 회수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딜로이트는 "초기 스포츠 PE 투자가 성숙하면서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매각과 지분 재조정을 검토하는 '첫 번째 PE 엑시트 물결'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스포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향후 구단 자체가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단 매출이 늘고 팬이 직접 만들어내는 수익 비중이 커지면서, 언젠가는 구단을 모기업의 홍보수단이 아닌 독립적인 투자자산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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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는 "스포츠는 전통적인 소유 모델을 넘어 전 세계 투자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역동적이고 회복력 있는 매력적인 자산군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투자자에게는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있는 자산을 가려내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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