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민 당국, 중국 출신 이주민 대상으로
中 호적 없다는 사실 입증할 서류 내라 통지
"국가안전 공익" vs "적대감만 키워" 논란
대만 정부가 중국 본토 출신 이주민 1만 2146명에게 중국 호적이 없음을 입증할 서류를 내라고 통지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양안 긴장이 높아지면서 대만의 '대륙 배우자'를 둘러싼 정책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륙 배우자'는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 대만인과 결혼해 이주한 사람들로, 대만에 약 36만 9000명이 산다.
대만 이민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이미 대만 호적을 취득한 이들에게 중국 호적 말소 증명서를 요구했다. 근거는 양안 관계 기본법인 '대만지구와 대륙지구 인민관계조례' 제9조의 1로, 대만 호적 보유자가 중국 호적이나 여권을 함께 갖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위반하면 대만 호적이 말소돼 선거권과 공직 취임 자격을 잃는다.
이에 대해 량원제 대륙위원회 대변인은 "타인의 임의 신고로 대만 신분을 예기치 않게 잃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의 최대한 관용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류를 구하기 어려우면 선서서로 대체할 수 있다. 대만 신분을 가진 중국 출신 배우자 14만여 명 가운데 13만 명 이상은 이미 서류를 제출했고, 정부는 절차에 응하는 사람을 즉시 처분하지 않았다.
이런 조치는 양안 관계 악화와 맞물려 있다. 중국은 군용기와 함정을 거의 매일 대만 주변으로 보내며 외교적 고립과 허위정보 공세도 강화했다. 특히 라이칭더 총통이 중국을 "적대적 외국 세력"으로 규정한 뒤 안보 조치가 잇따랐다.
안보 우려를 키운 형사사건도 불씨를 키웠다. 뉴타이베이 지방법원은 지난 11일 중국 출신 배우자 지원단체 대표 쉬춘잉에게 반침투법과 은행법 위반죄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쉬 씨가 중국 당국자들과 연계해 대만 정치에 개입하고 허가받지 않은 송금망으로 2450만 대만달러(약 10억 7000만원)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지난해 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력 통일을 주장한 중국 출신 여성 3명의 거류 허가를 취소하고 출국을 명령하기도 했다.
법적 요건도 다른 지역 출신보다 엄격하다. 중국 본토 이외 지역 출신 배우자는 3년간 합법 거주하면 귀화를 신청할 수 있지만, 중국 본토 출신은 결혼을 사유로 4년 거류하고 2년 장기 거류한 뒤에야 정착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외국 출신 귀화자는 고위직과 선출직을 뺀 일반 공무원직에 지원할 수 있는 반면, 중국 본토 출신은 대만 호적 취득 후 10년이 지나야 선거 출마나 공공기관 근무, 정당 조직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인과 결혼한 리전슈는 지난 2월 대만민중당 비례대표로 입법위원에 취임했으나 활동 기간은 70일 남짓에 그쳤다. 대륙위원회는 리 전 의원이 지난해 3월에야 중국 호적을 말소해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리 전 의원은 "1999년부터 대만 신분을 보유했고 당시 중국 호적도 말소했다"고 반박했지만, 대륙위원회 대변인은 "여기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결국 지난 4월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며 의원직을 잃었다.
지난 2021년 대만인 남편과 함께 이주한 중국 작가 겸 활동가 상관롼(필명)은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지, 간첩인지 끊임없이 의심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첨단기술 분야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대만 기업인이나 학자가 훨씬 가치 있는 표적"이라며 "정보 가치가 큰 표적 명단에 '대륙 배우자'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브루스 랴오 대만 국립정치대 법학 교수는 "중국 본토에는 맞서지 못하면서 대만에 사는 '대륙 배우자'만 압박해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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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옌투쑤 대만 중앙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에는 국가안전을 보호해야 할 중대한 공익이 있다"며 "이주민이 사회질서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를 판단할 때 정부에 일정한 재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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