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1년 추적…1000곳 지원해 9곳 합격
美 조력자가 노트북 수령, 39명 기소
해외 北 IT 인력 1000~2000명 추산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인공지능(AI)을 통해 미국과 영국 기업에 위장 취업하는 수법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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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 기업들에 비밀 노동력을 구축해왔다"며 "김정은 정권을 위한 돈벌이를 위해 도난당한 신원 정보, AI 도구, 미국 내 공범들을 활용해 원격 일자리를 속임수로 얻어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글 비전(Eagle Vision)'이라는 코드명을 쓰는 인물이 이끄는 소규모 조직을 1년 넘게 추적했다. 브라우저 기록과 이메일, 도용된 개인 정보, 회의 화면 녹화 영상을 확보해 위장 취업 경로를 다큐멘터리 영상과 기사로 공개했다. 이 조직은 석 달 남짓한 기간에 미국·영국 기업 1000곳 이상에 지원서를 냈고 최소 9곳에서 채용 제안을 받았다.


지원 과정 대부분에는 AI가 동원됐다. 공개된 면접 녹화 영상에는 한 IT 인력이 면접 직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관련 질문에 답하려고 챗GPT에 물어보는 장면이 담겼다. 채용 담당자들의 적발 능력이 향상되자 얼굴 이미지를 바꾸는 AI 도구까지 끌어들였다.

"미국인 수천 명 연루"…'노트북 농장' 39명 기소


채용 다음 단계에서는 미국 내 조력자가 등장한다. 회사가 조력자에게 업무용 노트북을 보내면 북한 조직이 대가를 지불하고 원격 접속해 일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이른바 '노트북 농장'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당국자는 WSJ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북한은 미국 내에서 그 노트북을 수령할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우리 팀은 북한 IT 노동자뿐 아니라 그 생태계가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미국인까지 총 39명을 체포하거나 기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FBI 요원은 "현재까지 우리가 적발한 가장 큰 노트북 농장에는 약 100대가 있었다"며 "모든 노트북 농장에 노트북이 수십 대씩 있다고 치더라도 이게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천 명의 미국인이 연루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조력자는 은행 계좌를 열고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가 하면 회사 회의에 대신 얼굴을 비추기도 한다. 오하이오주의 한 남성은 회의에 직접 참석했다며 연봉 7만 5000달러(약 1억원)짜리 자리를 절반씩 나눴다고 밝혔다. 신원을 도용당한 쪽의 피해도 확인됐다. 조지아주의 한 남성은 개인 정보를 빼앗겨 은행 계좌 개설과 대출, 주택 임대가 모두 막혔다고 한다.


가상화폐 거쳐 北으로…FBI "WMD 개발에 유입"


북한의 IT 위장 취업을 다룬 WSJ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신분 세탁 과정을 담은 이미지. 유튜브

북한의 IT 위장 취업을 다룬 WSJ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신분 세탁 과정을 담은 이미지.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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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북한 IT 인력은 이런 수법으로 연간 최대 30만달러(약 4억 3000만원)를 벌어들였다. 자금은 해외 은행 계좌와 배달 서비스, 가상화폐 거래, 자금 세탁 업자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다. WSJ이 '이글 비전'의 가상화폐 지갑을 추적한 결과 북한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의 제재를 받은 기업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FBI 당국자는 "미 재무부는 일부 사례에서 이들의 소득 중 최대 90%가 북한 정권으로 돌아간다는 걸 확인했다"며 "개개인이 큰돈을 벌지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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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보고서를 보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IT 인력은 1000~2000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에 1000~1500명이 몰려 있고 러시아와 라오스 등 최소 8개국에 흩어져 있다. 이들이 2024년 한 해 벌어들인 외화는 3억 5000만~8억달러(약 5000억~1조 1000억원)로 추정되며, 조직 대부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인 정찰총국 산하로 알려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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