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첨단 패키징 외주 확대 국내 후공정 장비사 수주 '훈풍'
ASE·앰코 등 글로벌 OSAT 설비투자 폭증
인텍플러스·기가비스 등 가파른 실적 성장 예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따른 생산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의 핵심 첨단 패키징 공정을 외부 기업에 대폭 위탁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외주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OSAT) 업체들의 설비 투자도 덩달아 확대되면서 이들에게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후공정 장비 제조사들이 본격적인 수주 호황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이달 초부터 자사의 핵심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중 전반부 작업에 해당하는 '칩 온 웨이퍼(CoW)' 라인을 OSAT 업체들에 넘기기 시작했다.
CoWoS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 칩을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하나의 기판 위에 아주 가깝게 수평으로 배치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극대화하는 2.5차원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칩과 칩 사이에 미세한 회로 기판을 뜻하는 '인터포저(실리콘 고속도로)'를 깔아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여주기 때문에 AI 가속기 제조에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TSMC는 그동안 조립된 칩을 기판 위에 올리는 후반부 공정만 외주화하고, 실리콘 기판 위에 반도체 칩을 올리는 핵심 CoW 공정은 직접 맡아왔다. 그러나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AI 칩 주문이 급증하자 생산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핵심 공정까지 외주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1부는 "CoWoS는 사실상 TSMC 독점 체제인데다 첨단 패키징 장비 자체의 리드타임이 길어 캐파 확장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엔비디아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캐파를 선제적으로 쓸어 담고 있는 점도 병목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TSMC의 월간 CoWoS 생산능력은 9만~12만장(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 추정되는데, 업계에선 이 중 50% 이상을 엔비디아가 이미 선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TSMC의 공정 위탁 물량이 쏟아지자 전문 외주 업체들은 앞다퉈 대대적인 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OSAT 기업인 ASE 그룹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98% 늘어난 105억달러(약 15조원)로 책정했다. 북미 지역 선두 주자인 앰코 역시 애리조나주에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신설해 TSMC의 미국 현지 공장과 연계 운영할 계획이다.
이러한 글로벌 투자 열풍은 첨단 패키징 장비 도입을 논의 중인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에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리기판, 하이브리드 본딩 등 기존 후공정 장비로는 대응할 수 없는 패키징 기술들이 떠오르고 있는 점도 외주 업체들의 신규 스펙 장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기판 검사 장비업체 인텍플러스는 올해 1분기 대만 OSAT 업체의 CoWoS 생산라인에 투입할 시범 장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해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주문 증가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약 50% 확대할 계획이다.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말 610억원에서 연말 172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기판 검사·수리 장비업체 기가비스는 경기 화성 신공장을 가동해 연간 생산능력을 35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반도체 기판의 회로가 미세해지면서 핵심 장비 가격도 기존 40만달러에서 100만달러(약 14억원)로 상승했다. 내년 매출은 전년보다 90% 늘어난 1746억원, 영업이익은 176% 증가한 775억원으로 추산된다.
펨트론도 SK하이닉스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HBM 검사 장비를 수주한 데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와 OSAT 업체로 공급망을 넓혔다. 올해 하반기 HBM4 양산이 시작되면 검사 장비 공급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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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공정 캐파 증설 중심이었던 반도체 설비투자의 축이 첨단 패키징과 후공정 검사·계측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OSAT와 기판 기업들의 캐파 확장이 본격화되는 2027년까지 국내 핵심 후공정 장비사들의 이익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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