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까지 끼어들었다 "친일파 자손, 주홍글씨"…배우 증조부 논란 일파만파
JB프레스 "친일파 자손, 韓연예계 주홍글씨"
FNN "선조 검증과 후손 제재는 별개 문제"
하영 "증조부 과오 무거워…진심으로 사죄"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매체들이 하영에게 쏟아진 비판을 '친일파 자손' 낙인이자 현대판 연좌제로 규정했다.
보수 성향 일본 매체 JB프레스는 12일 '왜 한국은 친일파의 자손을 용서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이 매체는 "한국 연예계에는 오래전부터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있다. 다름 아닌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낙인"이라고 했다.
JB프레스는 증조부의 행적이 후손 비판의 근거가 되는 상황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하 씨가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것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는 증조부의 과거 행위가 문제 되고 있다"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새 그에게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주장했다.
JB프레스는 "한국 연예계에선 인기를 얻으면 당사자의 과거 행적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심지어 조상의 행적까지 파헤쳐진다. 그중에서도 '친일 선조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인을 가장 격분하게 한다"고 했다.
이 매체는 과거 한국 배우들이 겪은 유사 사례도 함께 언급하며 "한국 사회는 조상의 죄를 후손에게 묻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에 관한 표현마저 법으로 심판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역사를 잊는 일이 아니라 역사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을 심판하는 도구가 되는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日 매체 "선조 검증과 후손 제재는 별개 문제"
같은 날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도 '한국에서 친일이 갖는 무거운 의미'라는 제목의 칼럼이 올라왔다. 후지TV 객원 해설위원인 가모시카 히로미 교수는 안상호에게 제기된 친일 행적과 의혹을 짚은 뒤 파장을 설명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하 씨에 대해) 사실과 근거가 부족한 의혹으로 '이완용을 구하고 고종을 독살한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비난이 퍼졌다"며 "하 씨의 사과에도 출연작으로부터 하차나 연예계 은퇴를 요구하는 등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의 친일 청산 인식도 언급했다. 가모시카 교수는 "한국에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다"며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은 지금도 뿌리 깊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의 조상에게 친일 의혹이 제기되면 '친일 대가로 후손까지 번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다만 그는 "선조의 행적을 검증하는 것과 후손에게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증조부의 의혹을 이유로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까지 비공개되는 상황은 현대판 '연좌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일'이라는 표현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확인된 행위와 근거 없는 의혹, 선조와 후손, 역사적 책임과 현대의 정치적 공격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친일'이라는 말의 적용 대상은 끝없이 확대되고 본래 무엇을 비판하고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마저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기억이 새로운 차별이나 집단적 공격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이번 논란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라는 어려운 과제를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다"고 했다.
"4대째 의사 집안" 발언 뒤 불거진 친일 의혹
하영은 지난 7일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집안 내력을 밝혔다. 그러나 방송 이후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 안상호(1872~1927)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행적을 둘러싼 친일 의혹이 제기됐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지난 11일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인정했다. 하영도 12일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려 "증조부의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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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는 대표적 친일 단체인 대정실업친목회에서 이완용과 함께 활동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조선총독부 기관지를 통해 자신이 사실상 일본인이라며 내선일체 선전에 앞장선 것으로도 파악됐다. 친일 인명사전 집필에 참여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안상호의 행적이 이보다 앞선 시점부터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는 13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한 뒤 경성에서 일제가 추모대회를 열었는데 그때 추모 준비위원회에 안상호의 이름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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