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통해 트럼프 협상 방식 학습 가능성
"서울 우회해 워싱턴·도쿄 접근"
중국도 북·미대화 촉진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란 전쟁을 지켜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시 정상외교에 나설 유인을 얻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군사·외교 전략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CSIS 홈페이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CSIS 홈페이지

AD
원본보기 아이콘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란 이후: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재개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분석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CSIS는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외교 재개에 관심이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북한의 수정주의적 성향 등이 이를 뒤집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가 주목한 것은 김 위원장이 기존 외교 구도나 예상에서 벗어나 북한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해왔다는 점이다.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경제 관계 복원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급속도로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수정주의적 접근을 이어간다면 러시아·중국과의 밀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라는 선택지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게 차 석좌의 판단이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미국의 정책 목표로 유지하면서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는 등 과거보다 유동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CSIS는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재개를 전략적 기회로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김 위원장이 실제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시점은 미국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이후가 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두 정상이 만난다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방식의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란 전쟁 교훈…"예측불가 트럼프와 접촉 유지가 유리"

빅터 차 "김정은, 트럼프와 다시 만날 수도…핵보유국 지위 노릴 것"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차 석좌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김 위원장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과 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고 상황에 따라 빠르게 전략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을 끊기보다는 정상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위험을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CSIS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에서 정상 간 큰 틀의 합의가 먼저 발표되고 구체적인 후속 협상은 실무진에게 넘어가는 이른바 '포스트 외교(post-diplomacy)'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이런 방식이라면 북한으로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먼저 약속하지 않은 채 정상회담에 나설 여지가 커진다.


차 석좌는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 위원장이 평화조약 체결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 북·미 적대관계 종식 등을 의제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해온 평화 중재 성과와 노벨평화상에 대한 관심을 공략할 수도 있다고 봤다.


회담에서 당장 눈에 띄는 비핵화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대통령과 핵 문제를 놓고 직접 협상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패싱…워싱턴·도쿄와 직접 외교 가능성"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의 분석. CSIS 홈페이지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의 분석. CSIS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김 위원장의 외교적 방향 전환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차 석좌는 북한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일본과 각각 직접 접촉해 한·미·일 3국 협력의 균열을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김 위원장이 서울을 우회하면서 워싱턴과 도쿄를 상대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외교가 재개되더라도 곧바로 남북 대화 복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차 석좌는 봤다.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평화 공존'에 호응하는 것보다 미국·일본과 직접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편이 북한의 전략적 목표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AD

차 석좌는 중국이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커지는 영향력을 약화하려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