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시계네요'는 집에 가라는 뜻" 돌려말하기 '끝판왕' 교토 화법, 왜 생겼을까[日요일日문화]
본심과 다른 반어법이 특징
정치·문화 자부심…갈등 피하는 화법 더해져
최근에는 '비즈니스 스킬'로도 주목
일본어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이미지가 있다면 '우회적으로 돌려 말한다', '상냥하다',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다' 등이 있을 텐데요. 아마 그중에서도 제일 '끝판왕'을 뽑으라면 바로 교토 화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교토 화법에 대해, 마치 도시 괴담처럼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런 특이한 화법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이번 주는 '교토 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먼저 일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토 화법의 예시를 소개합니다. 손님에게 "멋진 시계를 차고 계시네요."라는 말은 시계를 보고 인제 그만 시간이 됐음을 깨닫고 돌아가라는 뜻입니다. 이웃에게 "따님의 피아노 소리가 활기차서 좋아요"라는 뜻은 '너무 시끄럽다'는 뜻입니다. 겉으로는 칭찬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본심은 정반대라는 것이죠.
일본 전역에 알려진 유명한 교토 화법은 "부부즈케라도 드시겠어요?"라는 문장인데요. 부부즈케는 밥을 물에 말아 내오는 '오차즈케'의 교토 사투리입니다. 집에 식사하러 온 손님이 너무 오래 머문다면 이렇게 부부즈케를 권하는데, 실제 의미는 "이제 밥에 물 말아 주는 거 빼고는 줄 것도 없으니 돌아가달라"는 뜻이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라도 "아유, 주시면 감사하죠" 하게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정작 부부즈케 이야기를 주변 교토 출신에게 물어보니 "그런 말은 써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어서 억울하다"고 하는데요. 실제 생활 속 표현이라기보다는 교토 사람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일종의 고정관념에 가까운 표현인가 봅니다.
하지만 교토 특유의 완곡한 화법까지 허구인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교토 화법을 다룬 책들이 꽤 많거든요. 몇 가지 소개하면 이런 겁니다. 누군가의 제안에 "생각해볼게요",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라는 것은 고민하고 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완곡한 거절을 의미하는 겁니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요"라는 것도 마냥 칭찬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시네요"라는 뜻이 담길 때도 있습니다.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교토에 머무를 때, 한 찻집 여주인에게 함께 꽃을 보러 가자고 권했다고 해요. 그러자 여주인은 "에, 오오키니"라고 답했다고 해요. '오오키니(おおきに)는 '고맙다'의 사투리인데요. 소세키는 약속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당일 상대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초대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였을 뿐 승낙의 의미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같은 문장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는 게 교토 화법입니다. 그래서 말보다 행간을 읽는 게 교토 화법의 핵심이죠.
그렇다면 이런 말하기 방식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이는 교토의 역사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794년부터 교토는 천년 넘게 일본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죠. 오랜 세월 축적된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곳입니다. 한편 교토는 상인부터 권력자까지 수많은 외지인이 드나드는 도시기도 했죠. 이런 배경에서 교토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독자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와 선을 긋는 성향을 갖게 됐다는 해석입니다. 한마디로 '같은 교토 사람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리는 화법'이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겁니다.
또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오히려 배척하기 위한 화법이 아니라 갈등을 피하기 위한 소통방식이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섞이는 도시에서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직접적인 충돌을 피한다는 것이죠. 상대방에게 직접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면 서로 이해는 잘하겠지만 감정이 상할 수 있죠.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에 손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스스로 의미를 알아차리게 하는 특이한 화법이 발달했다는 설입니다.
하지만 이 화법은 최근 비즈니스 스킬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토 출신의 행정서사 핫토리 마사카즈씨는 교토 화법과 협상의 기술을 접목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는데요. 협상에서 조건을 조율할 때는 서로 감정이 상할 일이 많죠. 하지만 우회적인 교토식 소통을 사용한다면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도시 괴담처럼 보였던 교토 화법도 좀 다르게 보이지 않나요? 상대를 무조건 이기려고 하거나, 창피를 주는 대신 서로 체면을 차리면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인 거죠. '겉과 속이 다르다', '음흉하다'로만 이해하면 뒤에 쌓인 교토의 역사와 인간관계를 놓치게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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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혹시 교토에 가셨다가 누군가 "시계 멋지네요" 했다고 황급히 자리를 뜰 필요까지는 없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교토 화법 중에는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과장된 표현도 많으니까요. 그래도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듣는다면 슬쩍 시간을 확인하시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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