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배당소득 있으면 건보료 더 뗀다고?…5년 흑자 끝난 건강보험, 내년 보험료 인상 가능성[Why&Next]
6년 만에 적자전환 현실화
고령화·의료개혁에 지출 압박↑
정부, 건보 부과체계 개편 저울질
국고지원 미달 누적 22조원 육박
'더 걷고 덜 쓰기' 동시해법 주목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건강보험이 올해 1분기에만 3조9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 전환이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건강보험 곳간이 바닥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은 빠르게 늘고 보험료를 부담할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들다 보니 이같은 재정 악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금흐름 기준 건강보험 수입은 22조4416억원, 지출은 26조3405억원으로 당기수지는 3조89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준비금은 지난해 말 30조2217억원에서 26조3228억원으로 감소했다.
건강보험이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8~2020년 이후 6년 만이다. 2021년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이어왔지만 흑자 규모는 2023년 4조1276억원, 2024년 1조7244억원, 2025년 4996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분기 적자를 연간 재정 악화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상 1분기에는 정부 국고지원 교부액이 적어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직장가입자의 연말정산에 따른 추가 보험료가 2분기에 반영되는 등 계절적 요인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당기수지가 오히려 1조3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도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기존의 우려 섞인 전망과 맞아떨어지는 맥락 자체다. 앞서 복지부는 2024년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세울 때 2026년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도 올해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뒤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2026년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의료개혁에 따른 재정 투입까지 반영하면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이 2031년에서 2029년으로 2년 앞당겨질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될까?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통상 8월 하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수가 협상 결과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최저임금 등을 반영해 다음 연도 건강보험료율을 확정한다. 건강보험료율은 2024년과 2025년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동결됐다가 올해는 전년 대비 1.48% 올라 7.19%가 됐다. 2026년 월평균 보험료는 직장가입자가 16만699원, 지역가입자 9만242원이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월급 외에 이자·배당·임대·사업소득 등 별도 소득이 있는 경우 보험료 부과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월급 외 소득에서 빼주는 공제 금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직장인의 보수 외 소득 공제 기준은 2012년 9월 7200만원에서 2018년 7월 3400만원, 2022년 9월 2000만원으로 계속 낮아져 왔다. 여기에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최저 보험료를 최저임금과 연계해 올리고, 초고소득 가입자의 보험료 상한을 조정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연간 약 1조3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고지원은 여전히 부족…재정 누수 관리 시험대
보험료율 인상 논의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쟁점은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 책임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매년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일반회계에서 14%,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 국고지원액은 법정 지원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법정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했어야 할 금액과 실제 지원액의 차이는 약 21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국고지원이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누적 미지급 규모가 22조원 안팎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수입 확대 못지않게 지출 관리도 필수적이다. 건보공단도 올해 운영 방향에서 보험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꼼꼼한 지출 관리와 건전한 의료 이용문화 확산', '합리적 자격·부과제도 운영 및 효율적 징수관리'를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복지부는 하반기 가짜 진료와 가짜 환자 등 건강보험 거짓 청구를 집중적으로 적발하기로 했다. 또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전환해 이용량과 가격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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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2060년 약 20%까지 오르고, 현재 7%대인 건강보험료율은 같은 기간 14.39%가 돼야 균형이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덜 쓰고 더 걷지 않으면 건강보험제도는 버티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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