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학회 학술대회서 공공기관 세션 진행
쏟아진 피드백…"결과보다 개선 과정 보여라"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 기관들은 평가자료 작성에만 매달려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평가단의 조언이 나왔다. 평가위원들은 기관이 제출한 자료 자체보다 성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지난해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현장에서 질문에 얼마나 논리적으로 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지적받은 사안이 올해 다시 평가 대상에 올랐다고 해서 같은 감점을 반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과거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계기로 어떤 개선책을 마련했고 재발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것이다.

12일 열린 한국정책학회 학술대회에서 '202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현장이 말하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도전' 오픈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다. 오유교 기자.

12일 열린 한국정책학회 학술대회에서 '202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현장이 말하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도전' 오픈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다. 오유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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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학술대회에서는 '202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현장이 말하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도전' 오픈테이블이 마련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이슈들과 애로사항들에 대해 익명의 기관들로부터 사전 질의 리스트를 받아 진행되는 형식을 통해 평가단과 피평가기관 실질적인 소통 및 피드백을 유도하는 자리였다. 이민창 조선대 교수 사회로 토론에는 김창환 중앙대 교수(준정부 평가단장), 김병조 서울대 교수(준정보 경영관리 간사), 최연식 경희대 교수(공기업 경영관리간사), 임홍래 원광대 교수(공기업 주요 사업 간사), 박찬석 제스트컨설팅 컨설턴트(준정부계량담당 평가위원) 등이 참가했다.

실사 순서보다 중요한 건 '평가편람 정독'

일부 기관에서는 3월에 실사받는 기관보다 4월에 받는 기관이 앞선 기관의 질문을 참고할 수 있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평가단은 실사 시점 자체가 평가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평가편람을 얼마나 세밀하게 분석했느냐는 것이다. 공통지표와 세부 평가내용을 미리 뜯어보고 이를 기관 상황에 적용했을 때 어떤 질문이 나올지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주요 사업 평가에서는 PDCA(계획-실행-점검-개선) 관점이 강조됐다. 단순히 사업을 추진했고 계량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보다 그 사업이 실제로 기관의 생산성이나 국민 편익, 안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자료도 '사업 추진→문제 발견→개선→생산성 향상→국민 편익·안전 개선'이라는 연결고리가 보여야 한다. 계량지표를 달성했더라도 실제 성과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적정성 측면에서 지적받을 수 있다는 게 평가단 설명이다.

지난해 문제, "또 감점?"보다 '어떻게 치유했나' 보여줘야

과거 지적사항이 다시 질문으로 나오더라도 무조건 지난해와 같은 감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단은 사실관계가 해마다 달라질 수 있고, 언론 보도 이후 경찰 조사 등 상황이 진행되는 경우 이를 다시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기관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무엇을 바꿨는지를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채용 비리나 안전사고가 있었다면 "현재는 문제가 없다"고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채용 절차와 내부통제를 어떻게 바꿨는지, 재발 방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도 '도입'보다 지난해보다 얼마나 발전했나

올해 경영평가의 주요 키워드인 인공지능(AI) 역시 마찬가지다. 평가단은 AI 관련 평가를 5개 단계로 나눠 기관별 수준을 평가했으며, AI 평가 결과와 종합등급 간 상관관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지난해보다 얼마나 진전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2단계였던 기관이 올해도 같은 수준의 활동에 머문다면 오히려 지적사항이 될 수 있다. 'AI를 했다'가 아니라 'AI를 통해 무엇을 바꿨고 지난해보다 무엇이 나아졌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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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제출자료보다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중요하다. 평가위원이 던지는 질문에는 무엇을 확인하려는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왜 이 성과가 해당 지표와 연결되느냐",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가 무엇이냐", "왜 이 부분이 미흡했느냐"는 질문에 기관을 대표하는 담당자가 즉석에서 핵심 논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위원들은 서면 답변은 잘 준비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질문을 받으면 논리적으로 답하지 못하는 기관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실사 준비는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질문의 핵심을 짚어 설명하는 훈련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전·비리는 "어쩔 수 없었다"보다 예방·재발 방지

안전사고와 비리 역시 기관 규모나 업종 특성에 따른 차이는 평가 과정에서 정성적으로 고려된다. 사업장이 많은 대형 공기업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관의 위험 노출도가 다르고, 의료·요양기관과 철도·전력기관의 사고 유형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공식적인 점수 보정 공식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기관은 규모가 커서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해명보다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했고, 사고 이후 재발 방지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재무 건전성 역시 결과만 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따라 요금이나 수수료를 쉽게 올리기 어려운 준정부기관은 기관별 특성을 고려하고, 업무 효율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평가단은 설명했다. 한 평가위원은 "평가는 평가위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평가위원이 원하는 답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우리 기관이 무엇을 했고, 무엇이 부족했으며, 지난해보다 무엇이 나아졌는지를 평가편람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경영평가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전남광주=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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