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설비투자 2031년까지 7.6조달러
2Q 실적 이후 FCF 악화 우려 확대
금리·인플레이션이 AI 랠리의 변수로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그 길에 들어가는 돈이다. 상반기까지 시장은 AI 투자를 미래 수익을 위한 '축적'으로 받아들였다. 더 많은 칩, 더 많은 데이터센터,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질문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이 쌓느냐보다, 누가 그 비용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14일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 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만든 만큼, 결국 수요의 주체인 하이퍼스케일러의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AI 투자의 펀더멘털이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2분기 실적에서 대부분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상향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양호한 실적도 확인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칩 가격 상승 기대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시장은 AI 투자를 더 까다롭게 보기 시작했다. AI 확산에 긍정적으로 평가되던 토큰 가격 하락도 속도가 너무 빠르면 다른 의미를 갖는다. 경쟁이 과열되면 과거 인터넷 포털이나 SNS처럼 기술은 널리 퍼지지만, 정작 해당 기술로 직접 돈을 버는 기대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변수도 부담이다. 중국 대형언어모델(LLM) 성능이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고,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의 토큰 사용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AI 확산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막대한 투자 대비 향후 수익성에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재료다.
가장 큰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은 올해 8000억달러(약 1134조5600억원) 수준에서 내년 1조달러로 늘고, 2031년까지 총 7조600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8년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이 급증한다면 지금의 투자는 정당화될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1~2년의 보릿고개를 지나야 한다.
그 보릿고개는 예상보다 가파르다. 1분기 실적 이후까지만 해도 하이퍼스케일러의 FCF는 내년 상반기쯤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2분기 실적 확인 이후에는 올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내년까지 합산 1000억달러가 넘는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업현금흐름보다 자본지출이 커지면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일부 데이터센터 장기계약이 부외부채로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 분석에 따르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채는 장부상 5000억달러가 아니라 1조6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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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변수는 금리다. 부채의 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8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 우려가 다시 커진 점도 부담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가 더 올라간다면, 가장 먼저 유탄을 맞는 곳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AI 투자 기업일 수 있다"며 "현재 AI 투자의 펀더멘탈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경제의 취약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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