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좀 아는 외국인들 요즘 여기 줄선다" 성수 다음으로 뜨는 '핫플' 마장축산물시장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졌던 지난달 30일 정오께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마장축산물시장이 관광 코스로 입소문을 탄 배경에는 인스타그램·틱톡·샤오훙슈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있다.
중국에서 온 싼예씨 는 "샤오훙슈에서 질 좋은 소고기를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후기를 보고 왔다"며 "성수동을 둘러본 뒤 점심으로 한우를 먹으러 왔는데 직접 부위를 골라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새롭다"고 했다.
명동·성수 연결하는 '한우 먹방 코스' 떠올라
SNS 입소문에 일부 점포 외국인 손님 80%
언어 장벽·상차림비 혼선…정비 필요성 제기
친구들과 한우를 먹기 위해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찾은 중국인 싼예씨(32)가 한우 모둠구이 세트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싼예씨는 부산과 성수동 관광을 마치고 마장동을 찾았다. 박재현 기자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졌던 지난달 30일 정오께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삼륜 오토바이와 손수레가 분주히 오가는 시장 한가운데서 상인들의 호객이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정육점 앞에 멈춰 서면 상인들은 "찾으시는 부위 있으세요" "한우 모둠 구이 싸게 드려요" 하며 손짓했다.
시장 곳곳을 채운 새로운 얼굴들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돼지머리와 각종 부산물이 즐비한 시장 골목과 붉은 조명 아래 늘어선 생고기는 이방인의 시선을 붙잡았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멀찍이서 고기를 바라보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만큼 할인해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른 상인은 다국어 설명이 적힌 태블릿 화면을 내보이며 능숙하게 한우 부위를 소개했다. 계산대 앞에는 위챗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QR코드도 붙어 있었다.
수도권 대표 축산물 도소매시장인 마장축산물시장이 새로운 관광 코스로 떠올랐다. 명동·성수동·서울숲 등 서울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뒤 한우를 맛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전통적인 축산물 유통시장에 머물던 공간이 'K한우'를 경험하는 먹거리 명소로 변모했다.
14일 마장축산물시장 상점가진흥사업 협동조합에 따르면 1963년 조성된 시장은 2만5910㎡(7837평) 부지에 2000여개 점포가 밀집해 있다.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해왔으며 최근에는 고기를 직접 고른 뒤 인근 식당에서 구워 먹는 체험형 먹거리 관광지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용객은 일평균 약 5000명 수준이며 연간 매출은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전체 이용객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산된다. 가까운 성수동 등 '핫플'을 둘러본 뒤 식사를 위해 마장동을 찾는 사례가 많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 방문이 많아진 일부 점포에선 손님의 70~80%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마장축산물시장이 관광 코스로 입소문을 탄 배경에는 인스타그램·틱톡·샤오훙슈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중국에서 온 싼예씨(32)는 "샤오훙슈에서 질 좋은 소고기를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후기를 보고 왔다"며 "성수동을 둘러본 뒤 점심으로 한우를 먹으러 왔는데 직접 부위를 골라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새롭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시장을 찾았다는 태국인 숙자이씨(52)는 "명동 다음으로 한우를 먹으러 마장동에 왔다"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이 늘면서 도소매 유통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시장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상인들은 다국어 메뉴판과 번역용 태블릿을 갖췄다.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도 도입하고 해외 SNS를 통해 직접 홍보에 뛰어든 이들도 많았다. 유인봉 영축산 대표는 "최근에는 외국인 손님이 훨씬 많다"며 "올해 초부터 샤오훙슈 등 해외 SNS를 통한 광고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찾은 홍콩인 키키씨(40)와 네이선씨(40)가 한우 모둠구이를 구매한 뒤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 따른 과제도 있다.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상인들이 많아 손님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고기값을 치른 뒤 식당에서 별도의 비용을 내고 고기를 구워 먹는 이른바 '차림비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일부 점포는 자체적으로 영문 메뉴판을 만들거나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해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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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방문 증가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K푸드 관광으로 이어지려면 시장 환경과 관광 편의시설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식당가 특성상 청결함과 주변 환경 개선, 접근성 정비가 가장 중요하다"며 "현장 관광안내센터 설치와 안내원 상시 배치는 물론 바가지요금이나 불친절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정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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